옐런, 예측도 권고도 아니라지만 금리인상 수평선 위에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재닛 옐런 장관이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CEO 카운슬 서밋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WSJ 중계화면 캡처

4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나스닥이 1.88% 하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0.67% 내렸습니다. 다우는 소폭 올랐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로 금리인상과 테이퍼링, 증세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습니다. 이날 오전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이 이날 월가를 달궜는데요. 오후4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대담에서는 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죠. 옐런 장관의 발언과 시장의 반응을 전해드립니다.


“인플레 문제 없어” 금리인상 부인…“연준의 독립성 중요하게 생각해”

우선 이날 오전에 있었던 문제의 발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옐런 장관은 전날 녹화돼 이날 오전 공개된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정부 지출을 언급하며 “완만한 금리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현지서는 옐런 재무장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봤는데요. WSJ은 “옐런 장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안이 통과되면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옐런 장관의 발언을 전하면서 “재무부 장관은 금리정책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금리는 독립기관인 연준의 권한”이라고 했습니다. 블룸버그TV 앵커는 취재기자에게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전에 테이퍼링을 먼저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는 식으로 묻기도 했습니다. 옐런 장관의 말 자체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는 셈입니다.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옐런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후4시 WSJ와의 대담에서는 톤이 달라졌습니다. 질문자가 당신은 연준이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럴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분명히 행동의 주체로 연준을 넣어서 질문한 것이죠.


옐런 장관은 “확실히 해두자. 그 말은 예측이나 권고가 아니”라며 “만약 연준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을 위한 퍼즐의 하나인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학교가 다 열지 않아 많은 이들이 풀타임 일자리로 돌아오지 못해 구인난이 있고 물가압력이 한동안 있을 수 있다”며 “다양한 공급 병목현상이 있고 기저효과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일시적이라고 믿는다. 나는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물가상승은 앞으로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옐런 장관이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했다”고 해석했습니다.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뒤집었다고 본 것이죠.


“옐런 장관은 프로…의도적 발언으로 봐야” 반론도

다만,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기에는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습니다. 옐런 장관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연준 부의장,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연준 의장 등을 지낸 고수 중의 고수입니다. 시장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자신의 발언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단순히 말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예민합니다. 앞서 연준에서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7%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내놓은 전망치가 6.5%였습니다.


여기에 원자재부터 임금, 서비스 가격까지 들썩이고 백신접종 확대에 경제활동 재개는 더 빨라지고 있죠. 이날 옐런 장관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는 “노동자들이 강한 회복을 이끌 소비능력이 있고 내년에는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제가 재개되면서 소비가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4일까지 미국 성인 백신접종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집단면역으로 가는 것으로 경기회복 속도는 불이 붙을 것이고 긴축논의는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옐런 장관의 발언이 의도적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금리상승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고 나섰다는 것이죠. 베리타스 파이낸셜그룹의 그레고리 브랜치는 “옐런 장관의 발언은 우리가 기다려오던 것이고 연준의 포지션이 변화할지 관찰해오던 것"이라며 “옐런 장관의 발언은 매우 의도적(very intentional)”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도적까지는 아니지만 엉겁결에 속내를 드러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흔치 않지만 국내에서도 경제부총리가 기자간담회나 국회에서 경제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다가 금리나 통화정책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나 의견을 말할 때가 있습니다. 보통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정하거나 발언을 취소하는데 평소 자신의 생각이 부지불식 간에 튀어나오는 것이죠.


어쨌든 ①자신의 발언이 실제 통화정책에 영향이 없다고 했고 ②인플레이션은 6개월가량 일시적이며 ③내년에 완전고용 달성을 기대한다고 한 점을 종합해보면 금리인상은 내년은 돼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옐런 장관도 속으로는 금리인상과 긴축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나올 4조 달러 규모 부양책이 주는 부담을 옐런 장관도 일부 인정했지요. 이날도 인플레가 통제가 안 되면 이에 대응할 적절한 수단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7월4일까지 성인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슈로더의 선임 고문인 론 인사나는 “옐런 장관이 금리인상이 수평선에 있다고 힌트를 준 것은 옳다”고 했습니다.


“美, 암호화폐 규제할 적절한 틀 없어…디지털 화폐와 함께 다룰 필요”

이와 별도로 이날 옐런 장관은 암호화폐의 규제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규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관들이 몇몇 있지만 솔직히 저는 현재 미국이 이 일을 할 수 있는 적절한 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이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와 관련해 다룰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며 “연준이 이 문제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추가적인 설명이 없어 완벽한 해석은 불가능하지만 지금의 법규제 틀로 당장 암호화폐를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말로 읽힙니다. 옐런 장관의 의도가 규제를 한다는 것이라고 해도 향후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의 디지털 통화와의 관계도 고려하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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