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움직임에 발걸음 빨라진 정부.. ‘반도체 토탈패키지’ 공개

美 반도체 '새판짜기'에 놀란 정부.. 종합 패키지 전략 마련
대기업 R&D 세액공제율 기존 대비 10%p, 시설투자는 4%p 각각 높여
‘반도체 우회보조금’ 지적 감안해 가용한 모든 지원책 투입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K반도체 전략’은 세제·인력양성·자금지원·인프라 구축 등 민·관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총 망라한 ‘토탈패키지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가 ‘동반성장’이나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4년넘게 이어진 가운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 논의가 숨가쁘게 진행되며 정부도 늦게나마 태세를 전환한 모습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밝힌 후 한달이 채 되지 않아 관련 대책이 나오는 등 정부 대응이 예전 대비 확실히 빨라진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초 요구한 ‘세액공제율 50%로 상향’ 등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한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에 우회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국제사회의 문제제기 가능성까지 감안한 ‘나름의 최선의 카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3일 정부가 공개한 ‘K반도체 전략’의 핵심은올 하반기부터 적용 예정인 R&D와 시설투자 관련 세액공제 확대다. 정부는 세제 항목에 ‘핵심전략기술’ 항목을 추가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R&D 비용은 30~40%, 중소기업은 40~50%를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기존 신성장·원천기술 항목으로 분류됐을 때 대비 세액공제율이 10%포인트 높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관련 R&D로 5조원 가량을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 인정범위 등에 차이가 있겠지만 이미 납부한 세금에서 최대 2조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기존 최대 6%(기본 3%+투자증가분에 따른 추가공제 3%)에서 10%(기본 6%+투자증가분에 따른 추가공제 4%)로 상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강점이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모두 장비기반 산업이라는 점에서 4%포인트의 세액공제 상향에 따른 실익이 상당할 전망이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장비 설치를 위한 ‘클린룸’ 건설 등은 ‘핵심전략기술’ 분류에서 제외되지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나 웨이퍼 생산장비 등은 6~1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32조8,915억원을 투자했다.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투자 규모를 유지하고 이 중 25조원 가량이 세법상 핵심전략기술로 분류될 경우 2020년 대비 1조원 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환급받을 수 있는 셈이다. 중견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관련 최대 세액공제율 또한 기존 8%에서 12%로, 중소기업은 15%에서 20%로 각각 상향된다. 이번 세제 혜택을 반도체 관련 업종에만 적용되며,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추가 확대 적용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메모리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시스템반도체·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전 산업을 아우르는 K반도체 벨트 조성에도 나선다. 한국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육성을 위해 판교를 한국형 팹리스 밸리로 조성하고,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의 트레이닝 센터(투자규모 2,400억원) 등을 국내에 유치할 방침이다.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용인과 평택에 10년치 반도체 용수물량을 확보하고 화학물질 취급시설 ‘패스트 트랙’ 도입 등 규제 완화에 나선다. 전력망 구축 시 정부와 한국전력이 절반 가량을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1조원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해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8인치 파운드리와 소부장 등에 투자를 확대 할 경우 1%포인트의 우대금리로 대출해 준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등에 1조5,00억원을 투자하고,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도 10년간 1조원을 투입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년간 반도체 부문에만 모두 합쳐 42조원이 넘는 시설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선다. 반도체 학과 관련 정원을 150명 늘려총 1,500명을 배출하고 학사인력(1만4,400명), 전문인력(7,000명), 실무인력(1만3,400명) 등 총 3만6,000여명의 반도체 인력을 향후 10년간 배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국회와 논의해 반도체 특별법 제정 등으로 추가적인 규제 완화 및 인력 양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이번 K-반도체 전략을 만들었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 기지가 된다면 국제 사회와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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