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가 급증한 상태에서 주택 가격이 최대 20%까지 떨어지면 소비와 고용이 각각 4% 가까이 하락하는 등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와 함께 조정 가능성도 커진 만큼 리스크를 사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금융 불균형을 거론하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의 또 다른 근거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20일 ‘주택 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우리나라 주택 가격과 가계 부채 등 데이터를 이용해 실증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 변동이 실물이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집값 변동 방향에 따라 비대칭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떨어질 때는 충격이 커지는 등 비대칭적인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가계 부채 수준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를 나눠 집값 하락에 따른 충격 정도를 가정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인 경우 집값이 20% 떨어져도 소비와 고용에 큰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주담대 비율이 75%일 때는 소비와 고용 모두 7분기에서 8분기 이내 4%까지 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주택 가격 하락이 가계의 차입 제약을 더욱 높여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담대 LTV 분포를 보면 60% 이상인 차주 비중이 지난 2016년 기준 35.9%로 높은 수준이었고 75% 초과 비중도 2%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처럼 주택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면 가격 조정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도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고평가돼 있다”며 집값 고점론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