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커지면서 이제 즉석밥도 간편함을 넘어 프리미엄 시대에 들어섰다. CJ제일제당이 1996년 첫 즉석밥인 햇반으로 맨밥을 사 먹는 시대가 열었다면 이제는 가마솥밥의 맛을 재현한 프리미엄 즉석밥으로 즉석밥 2R(라운드)의 서막을 알렸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즉석 영양 솥밥인 햇반솥반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개수 약 30만 개를 기록했다. 매출로는 12억 원이다. 식품업계에선 출시 첫 달 매출 10억 원을 넘으면 향후 메가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이를 무난히 넘어서며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햇반솥밥은 가마솥밥에 ‘뿌리채소영양밥’, ‘버섯영양밥’, ‘통곡물밥’, ‘꿀약밥’ 등 곡물이나 원물은 넣어 즉석밥의 고급화 가능성을 보여준 제품이다.
햇반솥반은 출시 전 내부에서조차 즉석밥으로 전문점에서 만든 가마솥밥의 맛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또 햇반의 2.5배에 달하는 가격을 소비자들이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이 건강한 즉석밥에 대한 요구가 커진데다, 전 세계 어디에도 즉석 솥밥 형태의 제품은 없었기 때문에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햇반솥반은 온라인 채널에서 선 판매를 시작한 지 한나절 만에 준비한 물량(8,000개)이 완판되면서 일찍 가능성을 증명했다.
햇반솥반은 단순 제품이 아닌 하나의 공정을 개발하는 과제였다. 즉석밥으로 가마솥밥 맛을 내야 하는데다 기존 햇반과 달리 버섯, 채소, 견과류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생물 제어하는 살균 기술 역시 풀어야 할 숙제였다. 기존 햇반 공정이 아닌 설비·공정 설계, 양산화 등 모두 별도로 시작해야 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솥반에 적용된 ‘신(新) 무균밥 공정’에 10년의 연구·개발력을 집중했다. CJ제일제당에서 개발한 가정간편식(HMR) 중 시생산 기간이 가장 길었던 제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뿌리채소, 통곡물 등 재료마다 살균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최적화된 조건을 찾기 위해 수 만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버섯영양밥의 경우 온도가 조금만 맞지 않아도 버섯 색이 변하고 식감이 물러지는 탓에 수만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용기도 기존 햇반과 달리 집에서 사용하는 밥공기 형태로 업그레이드했다. 이는 무균밥 공정으로 용기 안쪽 깊은 곳에 있는 내용물까지 완벽하게 살균처리 할 수 있는 기술 덕에 가능했다. 햇반솥반은 제품과 신 무균화 공정, 제조 과정에 적용된 기술 등 6건을 특허를 출원했다.
CJ제일제당이 즉석밥 프리미엄화에 나선 것은 즉석밥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서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 매출은 2018년(4,261억원), 2019년(4,858억원), 2020년(5,500억원)으로 4,000~5,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즉석밥 시장 성장률은 2018년(13%), 2019년(8%), 2020년(9%)로 두 자릿수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도 즉석밥 프리미엄 전략은 코로나19로 높아진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적중했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즉석밥을 프리미엄화한 것은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이었지만 즉석밥 시장도 그만큼 성장했다고 보고 햇반솥반을 내놓게 됐다”며 “첫 달 매출이 10억원 이상을 넘은 만큼 메가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