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난에 석탄발전 풀가동…'원전없는' 탄소중립 한계 드러내

7월 58기중 57기 24시간 가동
"원전 쉬면 대체할 것은 석탄 뿐"
한울3호기도 이달중 투입될 듯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 대비 전력 설비 특별 점검에 나선 한국전력 서울본부 배전운영실 관계자들이 변압기 실부하 측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석탄화력발전소 전체 설비용량의 90% 이상을 매일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탈원전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영향이다.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발전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원전의 계획 예방 정비로 가동률이 떨어지며 석탄 발전 의존도는 절대적인 셈이다.


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석탄화력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 35.3GW 가운데 90%가 넘는 30GW가 매일 가동했다. 지난해 7월 최대 가동률인 83%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최대 전력 수요(91.4GW)가 3년 만에 가장 높았던 지난달 27일 오후 5시에는 전국에 설치된 58기 가운데 환경 개선 설비 공사가 진행 중인 삼천포 6호기를 제외한 57기가 ‘풀 가동’됐다.






우리나라는 통상 연료가 저렴한 기저 발전인 원전과 석탄 발전을 먼저 가동한 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유류 발전 등의 순으로 가동한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는 원전과 석탄 의존도가 높아진다. 한 번 가동하면 껐다 켜기 쉽지 않은 특성상 석탄은 사실상 24시간 돌릴 수밖에 없다.


8월 둘째 주부터는 휴가 성수기가 지나면서 전력 사용량도 다시 늘 것으로 예상돼 석탄 발전 완전 가동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월 둘째 주 최대 전력 수요를 94.4GW로, 예비율은 최저 5.1%로 예측했다. 정부는 전력 수급 안정 우려가 커지자 영구 폐지한 석탄 발전소(삼천포화력 1·2호기, 보령화력 1·2호기)를 재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법적 근거가 명확지 않다는 이유로 실행하지는 않았다. 대신 계획 예방 정비 등으로 정지 상태였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애초 계획보다 서둘러 가동했다. 올 4월부터 정비에 들어갔던 한울 3호기도 8일 정비를 계획대로 마치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중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원전이 쉬고 있으면 대체할 것은 석탄밖에 없어 최대한 원전을 활용하면서 석탄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지금보다 재생에너지가 2~3배 커지면 큰 문제가 나타날 것이고 그때는 늦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석탄 발전소는 최소 7기를 유지하거나 완전 중단하고 원전 비중은 6.1∼7.2%로 낮추되 재생에너지 비중은 56.6∼70.8%로 늘린다. 하지만 정비 중인 원전도 가동하고 폐지됐던 석탄 발전도 돌리겠다고 검토하는 상황이어서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2.5배가량 늘어나는 2050년에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에 주로 의존하겠다는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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