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도중 폴란드 망명한 벨라루스 육상선수 "신변 위협 느낀다"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다는 확신 없어"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숨진채 발견되기도

도쿄올림픽 출전 도중 망명을 신청한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가 지난 5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참가 도중 망명을 신청해 폴란드로 도피해 있는 벨라루스 여성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가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남편과 함께 폴란드 바르샤바에 체류 중인 치마노우스카야는 9일(현지시간) NHK 방송 인터뷰에서 "항상 경호를 받아야 한다.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비탈리 쉬쇼프(26) 사망 사건이 자신을 더 불안하게 한다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에 머물며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이주한 자국인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오던 쉬쇼프(26)는 지난 3일 자택에서 가까운 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쉬쇼프는 그 전날 아침 조깅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위장한 타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벨라루스의 한 반체제 인사는 "쉬쇼프 사망 사건은 해외로 망명한 벨라루스인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육상 100m와 200m가 주 종목인 치마노우스카야는 운동을 계속해 자국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벨라루스의 스포츠인, 정치범 등을 지원하기 위해 육상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도쿄올림픽 참가 도중 자국 육상 코치팀을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강제 귀국 위기에 처했다.그는 지난 1일 자국 올림픽 당국자들의 강요로 귀국행 항공기를 타기 위해 도쿄 공항에 나갔다가 현지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해 도쿄 주재 폴란드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이어 폴란드 대사관으로부터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받은 뒤 도쿄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지난 4일 폴란드에 도착했다.


벨라루스에 남아있던 남편도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이웃 우크라이나로 출국해 바르샤바로 온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도착 후 인터뷰에서 치마노우스카야는 자신이 귀국하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벨라루스의 가족들이 우려해 망명을 결정했다면서 "그들은(벨라루스 당국은) 우리가 전 세계에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나는 두렵지 않고 항상 진실의 편에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이후 야권의 대규모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던 당시 재선거와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스포츠인 공개 성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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