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온라인 여론전 강화..."팔로워 120% 급증"

SNS 등장한 탈레반…페북 등 100여개 계정서 홍보전
NYT 분석…전문가 "탈레반, 온라인으로 존재감 구축"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6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차에 탈레반 깃발을 달고 순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규제에도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온라인 홍보를 활발히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새로 생긴 탈레반의 공식 계정이나 친탈레반 개정이 1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계정들은 탈레반 통치에 관한 동영상, 이미지, 슬로건 등을 게재하고 있다. 또 탈레반을 아프간의 정당한 통치자로 칭송하며 아프간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주장을 확산하고 있다.


최근 SNS에서 탈레반 사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NYT에 따르면 이날 기준 페이스북에서 탈레반 공식 페이지의 팔로워는 4만9,000여 명으로 종전보다 120% 늘었다.


유튜브에서도 탈레반이 올린 동영상들이 조회 수가 수만 건을 기록해 종전 1,000건 미만과 비교해 급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탈레반은 수년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을 이용해왔다. 외교분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디지털포렌식연구소 소장 그레이엄 브루키는 "탈레반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은 계획적"이라며 "그들은 세계 무대에서 더 많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그럴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SNS 전술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나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를 점점 닮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SNS에 공휴일을 즐기거나 가난한 이들을 돕는 동영상을 올림으로써 외부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해왔다.


탈레반의 SNS 활동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공언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은 지난 16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서 탈레반이 운영하거나 탈레반 대변하는 계정, 또는 이들은 찬양·지지하는 계정을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도 17일 탈레반이 소유했거나 운영한다고 여겨지는 계정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금지 조치에는 허점이 많다고 NYT는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이번 주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의 왓츠앱 계정을 차단했지만 무자히드는 여전히 다른 탈레반 지도자의 왓츠앱 계정을 통해 기자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유튜브에 승리를 축하하는 짧은 동영상들을 올리기도 했다. 탈레반은 SNS에서 해시태그나 주요 용어의 철자를 바꾸고 텔레그램, 왓츠앱 등 암호화된 앱을 사용함으로써 단속을 쉽게 피하고 있다.


수십년간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연구한 아이만 아지즈는 "지금까지 기술 기업들의 접근은 매우 효과적이지 않다"며 "탈레반은 새 정권과 더불어 온라인으로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탈레반이 정치적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정교한 SNS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분석가들은 적어도 한개의 홍보회사가 탈레반이 플랫폼들에서 어떻게 핵심 주제들을 내세우고 메시지를 증폭할지 조언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