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이틀 연속으로 총격을 가하면서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1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독립기념일을 맞은 이날 전국 여러 곳에서 국기를 든 시민이 시위를 벌였고 탈레반은 이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동부 아사다바드에 사는 주민 모함메드 살림은 "시위 도중 여러 명이 숨졌다"며 "다만 사망자는 총격에 의한 것인지 압사에 의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수백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며 "처음에는 나도 무서웠지만 이웃 한 명이 합세하는 것을 보고 나도 집에 있는 국기를 들고나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 시위대 희생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4명 이상이 탈레반의 총격으로 희생됐다.
통신은 쿤나르주에서는 탈레반이 국기로 덮인 차량을 향해 총을 쏘면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전날에도 잘랄라바드에서 국기를 앞세운 시위가 벌어졌고 탈레반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전날 잘랄라바드에서 취재 중인 언론인 2명 이상이 구타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한 뒤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향적인 약속을 쏟아냈지만 곧바로 극단주의 테러 집단의 본색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폭스뉴스는 지난 17일 한 여성이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없이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고, 중부 바미안주에서는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이 탈레반에 의해 산산이 부서진 일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