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 26일 주요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빚내서 투자(빚투)’를 하는 2030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투를 하던 2030들은 기존 대출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부채 부담이 늘어날 때 중장년층보다 충격이 훨씬 큰 만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서울경제가 만난 2030들은 기본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빚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 4월 2,500만원을 대출해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류모(25) 씨는 “아직 이자 부담이 늘었다는 게 체감되지는 않는다”며 “대출을 바로 갚지는 않고 현금을 미리 확보해두고 그날그날 이슈되는 종목을 ‘단타’하며 수익을 늘려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부터 2,000만원을 대출 받아 암호화폐에 투자 중인 직장인 김모(28) 씨도 “이정도 금리 인상으로는 대출 금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조금 늘더라도 큰 대세에는 변함이 없을 거라 그대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2030은 금융당국이 대출 한도는 줄이고 대출 요건을 강화한다는 소식에 오히려 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대출 가수요가 발생하고 ‘빚투’를 더 조장할 우려가 나온다 . 직장인 류모(29) 씨는 “나중에라도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것에 대비해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며 “일단 대출 통로가 뚫린 만큼 대출금을 어디에 투자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20일 동안 신규 마이너스통장은 전주에 비해 33.3% 증가한 7,557개가 개설됐다.
이같은 현상은 부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젊은층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대출을 받아 투자하고 수익으로 대출을 상환하면 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당장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면 오를 게 확실한데 현재 모은 돈이 없어 한도만큼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2030 사회초년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2030이 미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IMF 사태 등을 겪어본 경험이 없어 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자각이 없는 상태”라며 “금리 부담이 커지고 주식과 코인 시장이 하락세를 겪으면 양쪽으로 리스크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최장기간 최저금리·유동성 파티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오면 거품이 꺼질 텐데 그 충격은 모아둔 자금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4050 중장년층보다는 버틸 여력이 없는 2030 세대를 크게 덮칠 것”이라며 “하방위험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