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 3만건 조사했는데 공직자 투기 '0'…차명은 손 못대

[3차 신규 공공택지 발표]
■허술한 정부 투기조사
경찰수사 등 3중 조사했다지만
투기의심 거래 고작 0.7% 불과
국회의원은 들여다보지도 못해
일각 "셀프 면죄부 줬다" 지적

신도시급 택지로 조성되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역 일대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30일 발표된 3차 신규 택지에 대한 고강도 실거래 조사를 실시했지만 투기 의심 거래는 고작 전체의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서 최근 3년 반 동안 체결된 약 3만 2,000건의 실거래 중 위법이 의심되는 것은 고작 0.7%인 229건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나마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의심 거래는 ‘제로(0)’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사 방식의 문제로 공직자들의 차명 거래나 국회의원 등에 대한 거래는 사실상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일각에서는 ‘셀프 면죄부’를 주고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중 조사했지만 결과는 ‘투기 없다’=국토교통부는 30일 14만 가구 규모의 3차 신규 택지 10곳을 발표하면서 해당 후보지 내 이상거래 동향에 대한 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함께 공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이 터지자 신규 택지 발표를 미루면서 해당 부지의 투기 의혹을 샅샅이 조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공직자 토지 보유 현황 △부동산 실거래 조사 △경찰 수사 등 ‘3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하지만 14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어떤 곳에서도 공직자 투기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의 거래까지 범위를 넓혀도 투기 의심 거래는 0.7%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투기 거래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결과가 나왔다.


공직자 조사 결과 국토부 직원 2명, LH 직원 1명이 신규 택지 내에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투기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은 상속을 통해 1989년부터 토지를 보유한 상태이고 다른 1명은 2018년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605㎡)를 사들여 실제 농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시공사나 인천도시공사 직원 중에서는 해당 지역에 토지를 보유한 직원이 없었다.


실거래 조사의 경우 2018년 1월~2021년 6월까지 해당 택지와 주변지에서 일어난 거래 3만 2,000건을 확인했다. 이 중 미성년자의 매수, 외지인·법인의 지분 쪼개기, 동일인의 수회 매수, 매수 후 1년 내 매도 반복 등 이상거래 1,046건을 선별해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 결과 229건의 불법 의심 사례가 발견됐는데 전체 거래 대비 비율로 보면 0.71%에 불과한 수준이다.


불법·의심 사례의 경우 편법 증여 의심이 30건, 명의 신탁 의심이 5건, 대출 용도 외 유용 의심이 4건 등이다. 국토부는 사안별로 경찰청·국세청·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 등에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규 택지 내 1만 1,000개 필지를 조사해 농지법 위반 의심이 있는 66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허술한 조사 방식…셀프 면죄부 지적도=이 같은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의 기본’이라는 차명 거래 등은 확인하지도 못했고 앞선 투기 의혹 사태에서 연루 의혹이 짙게 드러난 국회의원, 지역의회 의원 등도 조사 결과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가 있다. 후보지 내 국토부 직원 등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며 “LH 또한 기본적으로 현직자를 조사했고 퇴직자 조사가 필요한지는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투기 거래 시 조사망을 피하기 위해 차명을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기본적인 방법이고 특히 당사자가 공직자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LH 사태에 따른 공공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각종 공급 사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셀프 면죄부’를 주고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투기라는 걸림돌을 최대한 치워야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니 처음부터 검사의 수위가 높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다”며 “과천이나 의왕 등은 특히 투자 수요가 엄청나게 몰린 곳인데 투기 거래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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