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전면 도입된 자치경찰제가 오는 8일이면 시행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현장에선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가경찰·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 분담이 아직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인사·예산권 독립 등 해결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7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일선 경찰들은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약 3개월이 지났지만 입을 모아 “제도 정착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답했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관은 “자치경찰제 시행 전부터 지자체 잡무를 경찰이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면서 “야외 음주, 마스크 미착용 단속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단속은 지자체 업무인데 경찰이 같이 나가기도 하는 등 명확한 업무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업무 분담이 됐다고 하지만 실상 근무하는 직원은 뭐가 어떻게 바뀐 건지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하는 일은 달라진 게 없는데 그냥 인사권자에 지자체가 추가된 것 뿐인 듯하다”고 토로했다.
자치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줄이기 위해 시행됐다. 자치경찰제에선 생활 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 밀착형 사무는 자치경찰이 맡고 정보·보안 등은 국가 경찰이 맡는 등 경찰 업무를 이원화했다. 또 자치경찰 사무의 지휘·감독권을 지자체에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자치경찰제는 특히 지역별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마저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지역 특성에 맞게 아동 학대 사건이 논란이 되는 지역은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식이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이 주도했던 주민 친화적 서비스를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정책 입안자들끼리만 바빴지 시민들은 달라진 점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치경찰의 예산·인사권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한계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자치경찰에 대한 인사권은 각 지역 자치경찰위원회가 갖고 있지만 시행 초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의 경우 지난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자치경찰 인사권 일부를 경찰청에 다시 넘기기도 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 인사 등 조직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릇된 징계 등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경찰청에 인사권을 넘겼다는 입장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사를 어디서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첫 번째로 명확하게 정해져야 한다”면서 “자치경찰제 운영 예산도 현재는 중앙정부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점차적으로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그에 따른 권한도 더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