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상임위원회의 상왕 노릇을 하던 법제사법위원회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박광온(더불어민주당·사진) 신임 법제사법위원장은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의 최종 집합체 같은 이미지로 보였던 법사위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법사위가 정쟁이 아닌 체계·자구심사에만 집중하는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당 안팎에서 두루 신뢰를 받고 있는 박 위원장은 지난 9월 법사위원장 자리에 임명됐다.
윤호중 전 법사위원장이 4월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임되면서 여야는 상임위 재배분 협의 문제로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갈등의 정점에는 법사위가 있었다. 오랜 진통 끝에 8월 상임위 재배분에 여야가 최종 합의한 결과 21대 국회 전반기는 민주당이, 대선 이후인 후반기 국회부터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본연의 업무인 체계·자구심사에만 집중하도록 국회법 개정도 이뤄진 만큼 법사위를 협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8월 여야가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간을 현행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해 신속히 법안 심사를 마치도록 했다. 또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를 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제도는 법률안 내용의 위헌 여부, 관련 법률과의 저촉 여부 등을 심사해 법안의 완성도를 제고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국무위원들에게 현안 질의를 하기 위한 용도로 악용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법사위가 대화의 전통을 복권하기 위해 각 상임위원회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야당 소속 의원들에게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충분히 반대할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원칙도 내세웠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법사위는 야당의 반대에도 임대차 3법 등을 단독 처리해 여당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이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활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수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법안 처리가 영원히 불가능하다면 그것도 민주주의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도 “다만 과거보다 소수 정당 혹은 야당 의원들에게 반대할 기회와 시간은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검찰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도 연내에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1차 검찰 개혁은 올해부터 시행이 됐지만 당내에 수사·기소 완전 분리 단계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개인적으로 동감하는 편”이라며 “다만 과거처럼 검찰개혁특위를 구성해 추진할지 법사위 내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할지는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처리 시한과 관련해서는 “가능하면 올해 정기국회 안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1·2월은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지도부와 충분한 상의를 하고 있다.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직 단체와 플랫폼 스타트업이 갈등을 보이는 세무사법 등에 대해서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변호사와 세무사 직종 간 생각이 다르고, 법사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달랐지만 매우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쳤다”면서 “다음 전체 회의 때는 반드시 처리하자고 여야가 합의를 했다”며 통과를 예고했다.
여권 내에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큰 것과 관련해서는 “거대 플랫폼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환경 덕분에 사업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왔는데, 이제는 모든 사업군을 거느리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서 “(규제 방향은) 국민들한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