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선 기간 극심한 감정 싸움까지 벌인 홍준표·유승민 후보와의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윤 후보는 후보자 수락 연설에서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혹여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너그러이 이해하고 용서해달라”며 “이제 우리는 원팀”이라고 말했다. 경선 기간 경쟁 후보들과 주고 받은 여러 의혹이나 공격들을 과거에 묻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2030세대로부터 낮은 지지를 받고 있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그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홍 후보와 유 후보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와 유 후보도 “결과에 승복한다”며 화답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된 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즉각 승복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윤 후보가 서로의 ‘막말 리스트’까지 작성하며 네거티브를 주고 받았던 홍 후보와 앙금을 풀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경선 기간 동안 홍 후보는 윤 후보를 ‘비리 후보’ ‘범죄 후보’로 규정하며 독설을 날렸다.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윤 후보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경선 막판 두 캠프는 고소전까지 벌였다. 홍 후보 측이 “윤 후보 측이 공천 협박, 공당 사칭 등을 통해 책임 당원들에게 불법 선거 운동을 했다”고 주장하자 윤 후보 측은 “허위 사실 유포”라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을 고소했다.
유 후보와 윤 후보의 관계는 더 심각하다. 유 후보는 경선 기간 내내 윤 후보에 각을 세우며 대립했다. ‘천공스승’, ‘항문침 전문가’ 등 윤 후보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을 줬던 공격도 유 후보가 시작했다. 유 후보는 “변변한 정책 공약이 없는 후보가 대통령을 하겠다니 나라를 말아 먹겠다”며 후보 자격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이날 후보자 발표 후 “저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개혁 보수 정치를 향한 저의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대선에서 승리해서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찌감치 윤 후보의 선출 가능성을 높게 쳤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시 한번 ‘킹메이커’로 나설 전망이다. 김 전 위원장은 오는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정치 여정을 담은 만화책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김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합류가 가속화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윤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김 전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 윤 후보는 지난달 김 전 위원장에 대해 “경선을 마치고 나면 좀 도와주실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이 대표도 “단연코 김 전 위원장이 선거에서 작전 지휘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수차례 김 전 위원장 영입 의지를 내비쳤다. 윤석열 캠프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만큼 대선판을 쥐고 흔들 경륜과 실력을 갖춘 사람은 야권에 없다”며 “정치 신인인 윤 후보를 김 전 위원장이 돕는다면 리스크 관리도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