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12일에만 약 2,000건의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철없고 이기적인 이준석을 반드시 탄핵하자” “정권 교체의 최대 걸림돌인 당 대표 소환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이다. ‘원톱 사령탑’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격하는 글도 제법 된다.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선 후보 측에 힘을 실어주려는 열성 지지자들의 글로 추정되고 있다.
갈등은 2030의 연이은 탈당과 대선 선대위 구성을 두고 폭발했다.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일부 2030세대 당원이 윤 후보와 장년층 지지자들에 대한 저격 글을 올리며 ‘탈당 러시’에 나섰고 윤 후보 지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위장 당원들의 탈당”이라고 반박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연일 2030 표심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윤 후보 측 열성 지지자들의 불만이 분출한 모양새다.
전날에는 홈페이지 접속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당 측은 일시적인 서버 용량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폭증해 서버가 다운됐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구성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힘 대 힘의 싸움 양상도 나타난다. 급기야 이 대표를 소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침없이 나온다. 당헌·당규에 기반해 당원소환제를 가동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임기 시작 6개월이 넘은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이 당헌·당규를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 행위 등을 할 경우 소환할 수 있다. 최근 선대위 인선 작업을 두고 당내 잡음이 나온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이 대표가 20·30세대의 탈당 문제를 부각하려 한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강성 유튜버의 주장이 집단행동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신을 ‘보수의 암늑대’라고 칭하는 전여옥 전 의원은 방송을 통해 “이준석이 계속 저렇게 윤석열 모가지(목) 잡고, 뒤통수 치고, 등에 칼 꽂고 하면 ‘이준석 물러가라’, 우리가 데모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소환제’를 언급해 강성 지지자들의 행동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집단행동과 관련해 “대표 임명 이후 계속 있었던 일”이라며 “현재 수준에서 별다른 입장 표명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본선 선대위 구성을 앞두고 내부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임명이 유력한 김 전 위원장이 라디오(CBS) 인터뷰에서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선대위 참여에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갈등이 재차 불거졌다. 그는 “과거 정치인이 (윤 후보를) 둘러싸서는 안 된다.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성공 못 한다”며 인적 쇄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기존 경선 캠프 인사를 토대로 새로운 인사 영입을 통한 확대 개편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어 추가 인선 작업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선대위 발족 가이드라인으로 20일을 제시했다.
다만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이 대표는 라디오(KBS)에 출연해 “그 자리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갈 거는 거의 명확하다”며 “당원들을 선동해서 김종인, 윤석열 이렇게 싸잡아서 이렇게 뭐 비판하려고 하는 모양새들이 있는데 저는 자리싸움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윤 후보 측도 선대위 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양수 윤 후보 수석대변인은 미국 방한단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분들의 추천 인사를 놓고 저희가 다른 분들 의견도 듣고 그렇게 하는 과정”이라며 “결국 후보가 선대위를 구성하지만 결정하기까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하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갈등이라는데 부딪히거나 이런 분위기는 못 느낀다. 여러 분들이 협력해서 선대위를 구성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선대위를 둘러싼 내홍이 대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대위 구성의 경우 원래 잡음이 조금씩 생기기 마련”이라며 “잡음·내홍 등의 문제로는 정권 교체론이나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 구도를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