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사진)이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아 12월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타임리스(Timeless)-시간의 배’로 관객과 만난다. 지난 2001년 25세에 LG아트센터에서 공식 데뷔한 후 음악의 바다를 항해한 지 20년. 그의 배는 또다시 출발한다. 무상한 시간을 지워내며 지금의 감동을 빚어낼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함께 한다.
김정원은 16일 서울 역삼동 야마하 뮤직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세상 모든 관계가 깊어질수록 애정만 있으면 힘들다”며 “(피아노 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결국에는 음악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지난 20년을 곱씹었다.
김정원은 2000년 쇼팽 국제 콩쿠르 3차 본선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이후 국내는 물론 빈 심포니·런던 심포니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왔다. 화려한 이력이지만, 외로운 길이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왜 피아노 뿐이었을까’라는 생각을 서른이 넘어서야 했다”면서 “고난을 이겨냈을 때의 감정이 매일의 평화로움보다 더 감사한 힘이 되고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과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에 지난 세월을 살아왔다”는 그는 이번 공연도 ‘함께 하는 음악’으로 꾸민다. 아드리엘 김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과 함께 베토벤 5번과 브람스 1번 협주곡을, 피아니스트 임동혁과는 한 대의 피아노로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선보인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은 깊어가지만 손이 느려지고 악보를 외우는 데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면서도 이내 “음악은 노화와 함께 퇴보되는 게 아니기에 깊어지고 다른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