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미래를 만들 수는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나라 안팎의 소용돌이 속에 2022년 3월 9일 대선을 치르는 대한민국은 안갯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진하는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열쇠는 과학기술에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을 창립한 클라우스 슈바프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저서에서 “과학기술 혁신이 전 세계에 일으킬 중대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파괴적 혁신과 과학기술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신(新)냉전 체제로 접어들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공급망 새 판 짜기와 ‘민주주의 동맹’ 추진으로 중국 포위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도 선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희토류 기업 통합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서는 한편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정치적 도발”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기술 혁신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코로나19 장기화가 산업구조 재편을 앞당기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탄소 중립 과제도 변수로 떠올랐다.
각국이 숨 막히는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역주행 정책을 고집하느라 미래로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방향타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호(號)가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으로 좌초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과 반(反)시장적 규제 사슬, 친(親)노조 정책, 편 가르기 정치와 국론 분열 등은 성장 동력을 멈추게 했다. 2000년대 초반 5% 수준이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2%선으로 추락했다. 이대로 가면 10년 내 잠재성장률 제로 시대에 들어간다. 퍼주기 정책 남발로 국가 채무가 지난 5년 사이 400조 원가량 급증하면서 재정 건전성은 악화됐다.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고용 쇼크와 집값 폭등 등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병(病)’을 치유하고 거듭나야만 요동치는 동북아에서 생존할 수 있다.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0위인 한국이 5대 강국으로 진입하려면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려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부강한 스마트 국가’ 건설이다. 경제를 부유하게, 군사력을 강하게 만드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은 어느 시대에나 모든 나라의 숙제이다. 더 나아가 모든 국민들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매력적인 사회’로 진화해야 ‘부강한 스마트 국가’라는 고지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위해 약자도 같이 잘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서 ‘따뜻한 자본주의’로 숙성시켜야 한다.
성장 동력을 살리기 위한 첫 번째 엔진은 과학기술 초격차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과학기술 초격차로 무장해야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초격차 기술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 신화’를 일군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기술을 잃어버리면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며 초격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미래차·디스플레이 등 5~10개 분야에서 해외 기업들이 추격하기 어려운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어느 나라도 한국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갖고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연구개발(R&D) 대혁신을 뒷받침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핵심 인재들을 적극 양성하고 한국을 전 세계의 고급 두뇌들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국내에서 매년 수만 명의 고급 인력을 키우려면 대학 정원 자율화 등을 포함하는 교육 대개혁이 필요하다. 해외 브레인들을 영입하려면 매력적인 ‘인재 플랫폼 국가’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등 헌법 가치를 지키는 사회를 만들고 급여·세제·교육·보육·치안 등의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엔진은 노동 개혁이다. WEF 평가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5위에 그쳤다. 노사 협력은 141개국 중 130위였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노사 협력 수준을 높이는 개혁을 성공시켜야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성장률 -0.4%라는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하르츠 개혁을 밀어붙여 ‘독일병’을 치유했다.
세 번째는 규제 혁파이다. 규제 대못을 없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혁신 기술과 신산업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 규제 3법 등 기업을 옥죄는 족쇄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원전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이미 적자 상태인 공무원·군인연금 제도 등을 대수술해야 할 것이다. 온 나라를 ‘모럴해저드’에 빠뜨리는 포퓰리즘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필수 과제다. 표를 얻기 위한 퍼주기 정책은 한때 경제적 여유를 누렸던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그리스 등을 망국의 길로 이끌었음을 되새겨야 한다. 잡은 물고기를 나눠주는 시혜적 복지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물을 건네는 생산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
최대 과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 강국’을 만들어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북한이나 주변 강국들이 우리를 겨냥해 도발하면 응징할 수 있도록 강력한 군사력과 싸울 의지를 갖춰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경구를 잊지 말고 ‘고슴도치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중장거리 신기술 미사일을 개발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고쳐 핵추진잠수함도 확보해야 한다. ‘종전 선언’ 등 남북 평화 쇼와 결별하고 북핵 폐기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중국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
우리는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섰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부강국 건설과 지속 가능한 성장·복지 선순환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 차기 지도자는 정치 바로 세우기를 통해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야 한다. 올해 유권자들의 선택은 5년을 넘어 수십 년의 미래 운명을 좌우한다. 깨어 있는 민심의 현명한 결단으로 리셋하고 미래를 향해 다시 전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