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여자친구의 집에서 체액이 든 피임기구가 발견됐다며 누군가 집에 몰래 침입한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을 찾을 수 없어 해당 여성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지만, 사건은 반년 만에 예상치 못하게 해결됐다. 경찰이 지하철 ‘체액테러’ 사건을 수사하면서다.
당시 피임기구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여성의 남자친구였고, 두 사람은 논의 끝에 누군가 집에 들어왔을 것으로 의심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을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고, 피임기구 안에 있는 체액은 유전자(DNA) 분석 결과 남자친구가 아닌 제3자의 것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이었다. 지난 8일 TV조선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30대 직장인인 A씨는 작년 7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체액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서울 강동경찰서는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누군가 가방에 체액이 담긴 피임기구를 집어넣었다”는 신고를 받고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여죄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했고, 뜻밖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국과수에 접수됐던 과거 9개 사건 DNA와 A씨의 유전자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11월부터 7개월 동안 혼잡한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며 젊은 여성의 가방에 체액이 담긴 피임기구를 몰래 넣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앞서 자취방에서 피임기구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커플의 여성도 체액테러를 당한 뒤 뒤늦게 집에서 이를 확인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 A씨는 유전자 분석으로 인해 10건의 범죄가 모두 덜미를 잡혔고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같은 해 8월 검찰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