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설 영문 표기를 ‘음력 설(Lunar New Year)’이 아닌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사용하는 가운데 이를 바로잡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서경적 성신여대 교수는 28일 구글 캘린더와 유엔 등 여러 곳에서 ‘중국 설’ 표기를 사용한다며 이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서구권 주요 도시의 차이나타운에서는 매년 설을 맞아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역 언론들이 관련 뉴스를 내보내면서 '중국 설'로 표기한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설이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기에 'Lunar New Year'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캐나다 총리가 설 당일 중계된 뉴스에서 "Happy Lunar new year. 감사합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한 사례도 있다.
'중국 설'이라는 표현은 그동안 국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중국을 제외한 한국과 여러 아시아 국가,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설을 쇠고 있는데 '중국 설'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음력 설'을 맞아 공개한 영상에 '중국 설'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는 애플이 중국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며 현지인 비위를 맞추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또 지난 2017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미국 뉴저지 공립도서관, 미국프로농구협회(NBA) 등이 '중국 설'로 표기해 미국 내 아시안들로부터 크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시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설 축제 이름을 '중국 설 페스티벌(Chinese New Year Festival)'에서 '음력 설 페스티벌(Lunar New Year Festival)'로 변경한 바 있다.
중국인들도 '음력 설'이란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중국 유명 슈퍼모델 류원(劉雯)이 SNS에 새해 인사를 올리며 '음력 설'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뭇매를 맞았다. 일부 현지 누리꾼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의도적으로 (중국) 표현을 뺸 것이 아니냐"는 억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중국 설'로 표현을 수정했다.
임기 내내 중국과 대립각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음력 새해 메시지에서 '음력 설'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도 지난해 설 명절을 축하하며 역시 ‘음력 설'을 썼다.
한편 이번 캠페인은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와 유학생들이 '중국 설'로 표기된 사례를 발견했을 때 해당 사진을 서 교수 인스타그램으로 제보를 하면 관련 기관 등에 서한을 보내 고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