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치솟는데 요금 동결…한전 1월 '2兆+α' 손실

원가 이하에 전력공급…재무 악화
정부, 고유가에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한국전력이 지난 1월 한 달간 2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가격이 급등한 데다 ‘탈원전 정책이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올 1분기 전기요금을 억지로 동결한 결과다.


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액은 7조 561억 원으로 역대 월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의 전력거래액 4조 5893억 원과 비교해 1년 새 무려 53% 껑충 뛰었다. 지난달 전력시장 내 전력거래량은 5만 1346GWh로 전년 동기의 전력거래량(5만 9GWh)과 큰 차이가 없다. 1GWh의 전력 생산을 위해 지난해 1월에는 9100만 원만 투입하면 됐지만 지난달에는 이보다 50% 많은 1억 3700만 원을 투입해야 했던 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적폐’ 취급하던 원전 이용률을 끌어올리며 전력 생산단가를 낮추려 애썼지만 치솟는 연료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원전 발전량은 1만 5331GWh로 지난해 12월(1만 5741GWh)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원전 이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91.8%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지난달 원전 이용률도 90%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원전의 발전단가는 1㎾h당 61원 50전으로 LNG(206원 20전)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이 같은 상황은 한전의 재무 여건을 악화시킨다. 한전은 올 1분기에 기준·실적연료비 및 기후·환경요금 인상 요인을 포함해 최소 1㎾h당 14원 80전의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하지만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전력거래액과 지난해 1월 전력거래액의 차액인 2조 4668억 원 중 상당 부분이 한전의 손실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분기 전기요금은 올 1분기 전기요금 대비 1㎾h당 3원이 저렴하지만 이들 간 전기요금 차이는 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연료비 인상 추세에 대응해 세금 감면 카드를 꺼내들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실시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한편 3% 수준인 원유관세 인하 조치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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