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우크 사태 첩첩산중 '코스피'…"불확실성 지속"[이번주 증시전망]

고물가發 금리인상 압력에 지난주 약세마감
美 3월 50bp 인상 기정사실화 '긴축속도'
中 PPI 지수 둔화 전망…인플레 정점 주장도
일촉즉발 우크사태에 위험자산 회피심리 부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전년 동기 대비 7.5%)를 기록하면서 물가 공포가 증시를 다시 엄습하는 모양새다.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에 속도를 내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위험도 심화되면서 이번주에도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속속 ‘위드 코로나’ 전환을 추진하며 글로벌 공급난 해소에 들어갔고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만큼 증시가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2.55포인트(0.09%) 내린 2747.71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증시의 훈풍을 타고 2700선을 회복한 국내 증시는 완연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주 후반부 나온 미 CP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 4152억 원, 5071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홀로 2조 302억 원을 순매도했다.


금리 인상으로 밸류에이션 압박을 받는 와중에 역대급 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급 불균형까지 겹친 코스닥은 최악의 연초를 보내고 있다. 11일 코스닥지수는 전주 대비 25.45포인트(2.81%) 빠진 877.4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855억 원, 4075억 원을 팔아치우며 코스닥 시장을 외면했다. 특히 외국인은 연초부터 11일 종가 기준 무려 2조 8974억 원을 팔아 코스닥이 개장한 1996년 이후 약 26년 만에 최대 ‘팔자’ 행보를 이어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남부 헤르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누구든 16일에 러시아가 100% 침공을 시작할 것이라는 추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해 달라"며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시장 예상보다 강하다면서 이번주 국내 증시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이 살인적인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강력한 긴축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3월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고, 씨티은행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1.5%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물가 정점이 1분기로 또 미뤄질 수 있고 2월과 3월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모양새"라며 “물가 상승으로 1월 FOMC 이전만 해도 다소 과격한 전망이라고 생각했던 7번 금리 인상이 이제는 컨센서스가 됐고, 그 이상을 예상하는 상황이 전개 중”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의 ‘피크아웃’ 근거를 제시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증시가 온기를 찾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시장은 오는 16일 발표될 예정인 1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지수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 중국 12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10.3%상승했지만 1월에는 9.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예상치와 일치하는 수치가 확인되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 압박에 시달리던 기업의 숨통이 틔일 가능성이 높다.


고공행진을 벌이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등 유가 상승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시그널도 포착됐다. 이재선 하나금투 연구원은 “WTI 가격 상승과 반대로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WTI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 규모는 작년 말 이후 정체된 상황”이라며 “역사적으로 WTI와 해당 지표는 같은 방향성을 유지한 만큼 WTI는 추가 상승 압력보다는 현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무력 충돌 가능성은 부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포가 극에 달하면서 지난 11일(현지시각) WTI는 3.6% 급등한 93.10달러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에 가구와 가전·자동차 소비에 주력했던 소비자들이 작년에는 가방과 옷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21년 연간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된 금액이 5.5%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중 의복과 가방 등 준내구재(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가인 내구재) 판매는 12.4%나 증가했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긴축 우려와 글로벌 공급난 해소 등 소비심리 개선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성보다 실적이 탄탄한 경기 민감주 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차 반등선인 2800포인트에 근접한 상황에서 미 연준의 긴축을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한편 세계적으로 위드코로나 전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선진국 소비심리 개선이 기대된다"며 “이는 성장주 대비 경기 민감 가치주에 긍정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나스닥지수는 2.78% 급락한 1만 3,791.15에 거래를 마쳤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1.43%, 1.90%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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