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룽에 이어 양고그룹도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처하면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심각해지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지역도 기존 3곳에서 7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중국 규제 당국의 묵인 아래 부동산 시장 위축을 최소화해 경기 둔화를 막으려는 조치다.
22일 차이신글로벌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양고그룹이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치고도 지난 15일 만기 도래한 미 달러화 채권 2개에 대한 이자 2730만 달러를 갚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규제 당국으로부터 부채 감축 압박을 받아온 양고그룹은 매출 감소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자금난에 허우적거리는 기업이 계속 나오면서 중국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미 최근 규제 당국은 2020년 하반기 이후 처음으로 무주택자에게 적용되는 LTV를 70%에서 80%로 올렸다. 차이신글로벌에 따르면 산둥성 허쩌시와 충칭, 장시성 간저우 등 3개 지역이 가장 먼저 LTV규제를 완화했고 그 뒤를 이어 포산·베이하이·자공·난닝 등의 주요 은행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LTV 규제 완화 지역이 3곳에서 7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옌위에진 E하우스연구소 연구위원은 “LTV 완화, 청약 제한 철폐 등이 부동산 수요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앞서 중국 6대 국유은행인 공상·농업·중국·건설·교통·우정저축은행은 광저우시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는 올가을 열릴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5%대 성장률 유지에 비상이 걸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심각한 위축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 경기 침체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기저효과 덕에 지난해 1분기 18.3%까지 올랐던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4.0%로 떨어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 달 열릴 양회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