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그분’ 의혹 해명자료 공개…정치권 논란 재점화 가능성

가족 주민등록등본 등 55쪽 자료 제출
녹취록처럼 ‘수원 거주’ 이력 가족 없어
누가 ‘그분’이냐…정치권 공방 오갈듯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재연(66·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딸 주민등록등본 등 해명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55페이지에 달하는 해당 자료에 따르면 조 대법관의 가족 중 녹취록에서 제기됐던 것처럼 수원에 살았던 기록이 있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자료 공개로 인해 정치권의 ‘그분’ 공방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법원행정처는 이날 조 대법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거주관계 자료 등 출입기자단이 요청한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자료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등본 △주민등록표초본 △부동산등기부등본 △아파트 임대차 계약서 등이다. 다만 외부인이 조 대법관을 만나기 위해 대법원을 방문한 것에 대한 기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은수미 성남시장의 재판에 관한 내부 회의 자료 등은 법원조직법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조 대법관의 주민등록표초본에서 조 대법관은 충북 제천군에서 태어나 서울 서대문구와 성북구, 강서구, 구로구, 과천시, 시흥군, 강릉시, 안양시, 송파구를 거쳐 현재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거가족은 배우자와 셋째 딸이다.


첫째딸은 조 대법관과 함께 거주하다가 지난 2020년 경기 용인 수지구에 있는 시댁으로 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딸은 서울 용산구에 거주중이며 서류상 경기 수원에 살았던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법관은 이들의 아파트 관리비 납부확인서와 임대차 계약서도 함께 제공했다.


조 대법관이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할 때 그의 가족들이 수원에 거주했다는 녹취록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 언론은 ‘조 대법관의 딸이 김만배씨 소유의 경기 수원시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또 다른 대장동 의혹 핵심 관련자이자 녹취 당사자인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 원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고도 말한다.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관은 지난 23일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단 한 번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며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그 어떤 누구와도 일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민등록등본 등 이를 증빙할 만한 자료 제출이 필요할 경우 대법원이나 검찰·언론 어느 기관이든 요청하면 즉시 하겠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 검찰도 일정 부분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조 대법관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했다.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결론이 난 시기에 대법관 가운데 영향력이 큰 법원행정처장을 맡았으니 대장동 의혹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게 의혹의 근거다. 다만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의혹을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조 대법관과 관련된 김 씨의 이야기는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관의 이번 자료 공개로 정치권의 ‘그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전까지 ‘그분’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던 이 후보는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보도되고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5일 조 대법관의 기자회견을 인용하며 “그동안 한 얘기가 사실과 다른 게 아니냐”고 반박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