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강조하는) ‘공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이냐는 요구가 없어요.”
20대 시절을 막 통과한 젊은 미디어 문화 연구자 김내훈(사진) 씨는 최근 발간한 책 ‘급진의 20대’에서 2030세대가 주장하는 ‘공정’이 내용 없는 텅 빈 기표라고 주장했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정치권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젊은 층을 선동하는 도구로 쓰고 있는 형국이라고도 말했다.
김 씨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30세대) 스스로 추악하다고 생각했던 요구나 열망을 정당화할 수 있는 도구로 ‘공정’을 내세웠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공정을 내세워 정시 모집 확대와 수시 모집 축소를 요구하는 그들의 논리에는 ‘시험 점수로 줄 세우자’는 것 외에는 없다”며 “점수를 높이기 위한 공부조차 사치인 처지에 몰린 사람들이 있다고 반론하면 그저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말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최근 극우 포퓰리스트들이나 이른바 ‘이대남’들이 주장하는 능력주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능력주의도 견고한 철학이 담겨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 씨는 2030세대의 각자도생 세태가 같은 2030세대로서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가 책을 준비하며 만난 20대는 사회 시스템에 불만은 많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 상상력은 부족한 이들이다. 그는 “이들이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전제는 깔되 단순히 ‘망했다’고만 치부할 게 아니라 이들의 불만을 확실한 의제로 이끌어간다면 긍정적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대를 ‘위태로운 세대’라고 불렀다. 20대는 물론 30대 초중반까지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세대’가 될 것이라는 사회·경제적 위기에다 기후위기·저출산·고령화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설상가상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자체가 위태롭기 때문에 위태로운 세대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위태로운 상황 앞에서 2030세대가 모두 함께 답을 찾으려면 자잘한 갈등과 차이는 접어두고 모두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