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석의 거대 야당을 이끌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24일 진행된다. 주요 원내대표 후보군이 계파별로 고루 분포한 만큼 이번 선거가 당내 권력 지형도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현재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한 후보는 4선의 안규백 의원과 3선의 김경협·박광온·박홍근·이원욱 의원 등 5명이다. 대선 패배 직후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인 만큼 5명의 후보 모두 대선 패배 후유증을 조기에 진화하고 당내 통합을 이끌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거 방식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차용했다. 1차 투표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0% 이상 득표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견 발표를 진행한 뒤 2차 투표를 실시한다. 2차 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수 1·2위 간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5명의 후보 모두 서울·경기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오는 5월부터 ‘거야(巨野)’가 되는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이 되는 만큼 정부 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 개혁 입법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약 또한 공통분모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인물론보다는 계파 구도전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박광온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내며 이낙연계로 분류되며 박원순계 출신인 박홍근 의원은 이재명 캠프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이재명계로 꼽힌다. 안·이 의원은 정세균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김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친문이다.
당내 분위기는 박광온·박홍근 의원이 2파전을 펼치는 가운데 안·이·김 의원이 뒤를 쫓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명계와 이낙연계가 당내 최대 그룹으로 부각된 데다 정세균계에서는 안·이 의원 두 명이 출마하면서 표 분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대선 경선에 이은 제2차 ‘명낙 대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승부처는 계파 사이에서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의원들의 표심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당내 최대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과 민주주의4.0 및 민주평화국민연대 등 친문 세력의 선택 또한 주목된다.
1차 투표 이후 진행될 정견 발표 또한 승패를 가를 분수령 중 하나다.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가 의원 간 개별 접촉을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면서 유권자가 되는 현역 의원들이 후보의 공약을 들을 기회가 정견 발표뿐이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는 친분이 있는 분들이 출마하는 만큼 누구를 뽑을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많은 의원이 정견 발표를 듣고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