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도 '총재 공백'은 불가피…내달 14일 금통위엔 참석할 듯

■한은 총재 이창용 내정…향후 인선 절차는
이주열 총재 임기 고작 8일 남아
일정상 내달 1일 취임은 어려워
청문회는 큰 어려움 없이 넘을듯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23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됐지만 사상 초유의 한은 총재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 합의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경우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는 신임 총재의 참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재 부재 속에 금통위가 열리는 최악의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 총재 퇴임 직후 공백 없이 4월 1일 새 총재 취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 총재의 내정부터 청문회 통과까지 짧게는 16일이 걸렸는데 이 총재의 임기가 불과 8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대 총재 중 최초로 국회 청문회를 거친 이 총재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3월 3일 내정하고 16일 뒤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별다른 논란 없이 여야 합의로 ‘적격’ 보고서가 채택됐다. 2018년 유임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명(3월 2일)부터 인사청문회 개최와 통과(3월 21일)까지 19일이 걸렸다.


당장 새 총재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달 14일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한은 관계자는 “여야 합의로 청문회 개최를 최대한 서둘러야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새 총재가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 후보자는 IMF 본부가 있는 미국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다. 통상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까지 20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문 대통령은 이달 25일까지는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일정이 하루라도 늦춰지면 새 총재의 금통위 참석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만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여야 합의로 청문회가 열릴 경우 문 대통령이 지명한 총재인 만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 후보자에 대해 크게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가 비록 이명박 정부와 인연이 많기는 하지만 민주당 측 인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온 만큼 여야 모두 큰 반대 없이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경우 새 총재의 다음 달 금통위 참석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총재도 이날 간담회에서 “다음 달 금통위 회의까지 20일가량 남았는데 과거 전례에 비춰 보면 새 총재의 금통위 회의 참석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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