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억지력 강화 외친 美사령관 "차세대 요격기 조기 배치해야"

탄도미사일 격추 목적으로 개발
외신 "美와 협상력 강화 위한 도발
강대강 대치로 한반도 긴장감 고조"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미국에서는 대북 미사일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에서 추진 중인 ‘차세대요격미사일(NGI·Next Generation Interceptor)’을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외신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 의도가 군비 증강에 기반한 협상력 강화에 있는 만큼 앞으로 이 같은 위협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내고 있다.


글렌 벤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24일(현지 시간) 미 상원 군사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현재의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으로도 ‘불량 국가’들의 탄도미사일을 공격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북한의 신형 무기 개발에 맞서기 위해서는 NGI를 적시 혹은 조기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GI는 미국이 북한과 이란 등의 ICBM을 격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 중인 요격기다. 현재 가동 중인 미사일 방어 체계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미국은 2020년부터 NGI 실전 배치를 추진해 왔다.


그는 또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ICBM 시험 발사 및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것은 미국을 위협하고 위기 및 무력 충돌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려는 북한 지도자들의 결심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거듭 지적했다.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NGI가 적군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가상 이미지.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주요 외신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무엇보다도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ICBM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미국과 강대강 대치로 접어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다.


미국 CNN은 이날 올해 들어 열두 번이나 이뤄진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격동하고 있는 국제 정세에서 북한이 여전히 영향력과 힘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잦은 무력 도발의 배경에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나아가 미국과 추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또 북한이 핵·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을 폐기하고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 발사까지 강행한 것은 미국의 이목을 끌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특히 북한이 앞으로도 미사일 발사를 통해 위협을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NYT에 “북한이 무력을 기반으로 한 미국과의 강대강 대치에 돌입하고 있다”며 “곧 세계는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며 한반도에 긴장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도 “북한의 야심은 자국 안보를 위한 정당방위 수준을 넘어선다”며 “전후 아시아의 안보 질서를 뒤바꾸는 게 북한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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