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인버스 ETF에 돈 몰렸다

개인, 유가 안정 기대감에
지난달 1900억원 순매수
차이나전기차 저가 매수세


전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연일 치솟던 지난 한 달 국내 ETF 개미들은 원유값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니켈·리튬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주가가 주춤한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을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차이나전기차’ ETF로 대거 몰려가기도 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는 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유 인버스’ ETF로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를 957억 원, 미래에셋의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를 947억 원치 각각 사들여 총 1900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경기 재개 기대감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단기간 가파르게 급등한 유가가 제자리를 찾으리라는 기대감이 매수세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월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다 3월 초 100달러 돌파는 물론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유(WTI)는 1일 기준 다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앉은 상태다. 다만 3월 중순부터 약 2주간 줄곧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하던 유가 탓에 지난 한 달 간의 수익률은 좋지 못했다. KODEX WTI 원유선물인버스가 -14.61%, TIGER 원유선물인버스도 -15.36%의 손실을 본 것이다. 다만 미국의 비축유 방출 등으로 유가가 급락한 최근 일주일 간은 두 상품 모두 주가가 11% 가량 상승해 전체 ETF 상품 중에서도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3월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ETF 상품은 중국 전기차 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TIVE’ 였다. 한 달간 1652억 원을 순매수해 단일 상품으로는 가장 많은 개인 자금이 몰렸다. 올 들어 중국·홍콩 증시가 대내외 악재로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 니켈·리튬 등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마진 감소 우려로 CATL,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15~20%씩 큰 폭의 조정을 받자 저가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원자재 급등을 견디다 못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며 전체 수요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최근까지도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영향을 받아 차이나전기차 ETF 역시 지난 한 달 간 -10.9%의 손실을 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 이어 오미크론 확산까지 겹치며 전체 수요 전망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수요 충격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ETF 개미들은 미국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며 TIGER 미국S&P500(360750)(776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133690)(505억 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에 따라 이달 미국 증시는 반등에 성공, 해당 ETF는 각각 8.43%, 10.11%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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