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한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협의했다. 양측은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략 자산 배치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정책협의대표단장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5일(현지 시간) 설리번 보좌관과의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 발전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담은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서에는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맹을 한 차원 더 높여 북핵 문제와 경제안보 등 새로운 도전에 공동 대응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대표단은 설명했다.
박 단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정상회담이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동맹 강화를 위해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내용을 알차게 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표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공조도 핵심 주제로 논의됐다. 박 단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역내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한미 연합 방위 태세와 확장 억제력 강화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전했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우방국이 핵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의 핵 억제력을 우방국으로까지 확장해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전략 자산 배치와 관련해서는 “협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전략 자산 전개는 확장 억제 강화에 중요한 요소라는 차원에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미국 안보팀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 본토는 물론 인도태평양의 동맹 및 파트너들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단장도 “설리번 보좌관 면담 전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소속 미 의원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위험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을 이야기했다”면서 “이에 대한 상당히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