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공탁금관리위원회가 ‘수도권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복수지정제’를 검토하고 있다. 복수지정제가 도입되면 수년간 유지되던 신한은행의 독주 체제도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법조계 및 은행권에 따르면 공탁금관리위원회는 최근 수도권 복수은행제 등 공탁금 보관은행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보관은행 교체나 공탁금 보관 지점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해 운영의 안전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탁금은 합의금·배상금 등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경우 법원이 최종 금액 확정 전까지 맡아두는 돈으로 지금까지 수도권 소재 법원의 공탁금은 지정 은행 한 곳에서만 관리해왔다.
수도권에 복수은행제가 도입되면 ‘신한은행 원톱’ 구조로 유지되던 기존의 공탁금 관리 구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현재 지방법원 본원, 지원, 시·군법원 등 수도권에 위치한 총 31개 법원 중 절반 이상인 17곳의 공탁금을 관리하고 있다. 이외 NH농협은행 12곳, 우리은행 2곳 순이다. 신한은행은 공탁금 규모가 압도적인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중앙, 동부·남부·서부지법 등 대형 법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공탁된 자금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10조 원으로 추산되는 전국 법원 공탁금 규모의 10%에 달한다. 서울 동·서·남·북부지법 합산 공탁금 역시 3000억~50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원 공탁금은 경쟁입찰이 뜨면 대부분이 매번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수도권에도 복수은행제가 도입되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공탁금 보관은행은 지정만 되면 최소 5년 동안 수백억~수천억 원의 공탁금을 관리하면서 고객 확보, 저원가성 예금 조달 등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다만 복수은행제가 도입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토 초기 단계인데다 의견 수렴 및 관련 규칙 개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관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 법원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상태고 법원마다 (지점) 공간이 안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용역 검토를 마친 뒤 다시 공관위 회의를 거칠 것”이라며 “아직 확정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10조 원 규모의 공탁금 시장을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지법·수원지법 등 총 31개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이 올해 말 재지정 시기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관위는 복수은행제 도입안과 함께 보관은행 경쟁입찰 시 선정 기준 및 평가기준표 변경, 은행별 순위·총점 공개 여부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