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M&A 가속·TSMC 日에 새공장…중국 뺀 반도체 공급망 더 단단해진다

■韓·美·日·臺 '칩4' 투자 활기
삼성, 170억弗 美파운드리 공장
TSMC, 日 소니와 공급망 손잡아
인텔, 유럽에 10년간 109조 베팅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서울경제DB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한국·일본·대만 등 이른바 ‘칩4(Chip 4)’ 국가들 간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공장 증설 등 우방국 간 직간접 투자를 통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참여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SK스퀘어(402340) 주주총회에서 인수합병(M&A) 대상 업종으로 반도체를 첫손에 꼽았다. 특히 영국계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까지 거론하며 “출장 제한이 완화되면 4월부터라도 실리콘밸리 등에서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공급망(GVC)에 확실하게 편입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도 읽혔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후 3개월 만인 이달 5일 첫 합작 신제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미 170억 달러(약 20조 원)을 투입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로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2024년 하반기께 가동될 이 공장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에 사용될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를 앞세운 대만의 공급망 투자 행보는 더 공격적이다. TSMC는 올해부터 일본 구마모토현에 22∼28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 이 공장 법인에는 일본 소니가 공동 주주로도 참여한다. 2024년 말부터 양산을 시작해 12인치 웨이퍼 4만 5000장을 매달 제조할 계획이다.


TSMC는 나아가 미국 애리조나주에도 120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자해 5나노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직접 투자해 중국에 대항하는 공급망에 확실히 편입하겠다는 의지에서다. TSMC는 미국 정부의 제재에 동참하면서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아시아 지역은 아니지만 인텔은 앞으로 10년간 같은 서방세계인 유럽에 400억 유로(약 109조 원) 규모의 투자를 쏟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밝혔다. 독일에 170억 유로(약 23조 원)를 투자해 대규모 최첨단 공장 2곳을 건설하고 프랑스에 새로운 연구개발(R&D), 설계 허브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아일랜드·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에도 투자를 단행한다.


반도체 소재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듀폰은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R&D 시설을 증설하기 위해 최근 한국에 3,000만 달러가량을 투자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램리서치는 3나노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최첨단 식각 장비들을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국 산업 보호 강화 등 글로벌 환경이 격변함에 따라 공급망에 대한 대응이 가장 시급하다”며 “반도체 생산 기업이 수요 기업 공급망에 참여해 수급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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