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에…기업 10곳 중 3곳은 "팔수록 손해"

기업 98% "올해 영업이익 감소" 예상
매출 감소 우려에 제품값 올리기도 어려워
물가 안정, 원자재 확보 지원 등 정부 대책 요구


#. 식품기업 A사는 몇 년 간 동결해왔던 제품 가격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핵심 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물류비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서다. 하지만 최근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따가워 섣불리 인상 결정은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중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 10곳 중 3곳은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1.2%(95곳)는 “최근 상황이 계속된다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해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66.8%(203곳)는 적자까지는 아니어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절대 다수인 98%(298곳)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2%(6곳)에 불과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 영향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제품 생산단가는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응답기업의 75.6%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제품 생산단가가 크게 증가했다’고 답했다. ‘조금 증가했다’는 응답(21.4%)을 더하면 97%의 기업이 생산단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영향 없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은 기업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간 472% 폭등했다. 반도체 핵심 원료인 네온과 크립톤도 전년 동기 대비 260.9%, 105.1% 올랐다. 원자재 가격 지수인 ‘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는 1분기에 29% 올라 1990년대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싶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답한 기업은 15.8%였다. ‘일부만 반영했다’(50.5%) 또는 ‘조만간 반영할 계획’(23.5%)이라고 답한 비율은 74.0%에 달했다. 10.2%는 ‘현재로서는 반영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제품 가격 반영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 감소 우려’(42.7%)였다. 거래처와 사전계약으로 당장 올리기 어렵거나, 미리 확보한 원자재 재고에 여유가 있어 아직 올리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각각 32.5%와 16.5%를 차지했다.


원자재 가격이 지금처럼 오를 경우 응답 기업의 78.9%는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비용 절감’(50.3%)도 추진하겠다고 응답했다. ‘판매 중단’을 하겠다는 응답도 2.6% 있었다.



원자재 가격 현 상태 유지 시 기업 대응

기업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요구는 ‘전반적인 물가 안정화’(39.5%)였다. 이밖에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 지원‘(36.5%), ’납품단가 합리적 조정 지원‘(9.9%), ’관세 인하 등 비용 부담 완화‘(9.5%), ’운영자금 지원‘(4.6%) 등이 있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기업들은 당장의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고민도 크지만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복합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원자재 가격 문제 뿐만 아니라 임금, 금리, 물류비 등 기업의 비용부담 요인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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