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에서 ‘옥상옥’ 역할을 했던 청와대 수석 자리를 8개에서 5개로 감축할 예정이다. 정부 부처 위에 군림했던 청와대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통령이 직접 정부 부처 장관들과 실무 현안을 챙기겠다는 정부 혁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 대거 기용되며 전문성 부족 논란을 야기했던 시민 단체 인사들의 자리는 정책 실무에 능한 관료 출신으로 교체한다.
15일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 같은 내용의 청와대 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경제·사회·홍보·시민사회·정무 등 5개 수석비서관 정도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대통령실을 ‘정예화한 참모’와 ‘분야별 민관 합동 위원회’로 조직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수석비서관제에 대해서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석비서관은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표적인 폐해로 꼽혀왔다. 차관급이지만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다는 이유로 해당 부처 장관에 ‘상전’으로 군림해왔던 탓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를 연결하는 최소한의 기능은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 폐지보다는 대폭 축소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석비서관제는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규모가 대폭 줄어든다. 현재 청와대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산하에 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 등 5명, 이호승 정책실장 산하에 일자리·경제·사회 3명 등, 모두 8명의 수석비서관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사회·홍보·시민사회·정무 등 5개 수석비서관만 남는다. 폐지 공약을 내건 민정수석과 더불어 일자리·인사수석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정수석과 함께 청와대 인사 검증을 담당하던 인사수석의 경우 윤 당선인이 “대통령실은 인사 추천 기능만 보유하고 검증은 법무부와 경찰 등에서 상호 견제와 균형 원칙에 따라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모가 줄어든 청와대는 소위 ‘실력파 관료’들이 채운다. 윤 당선인 측은 “윤 당선인이 자타가 공인한 에이스(관료)로 일단 먼저 뼈대를 잡으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의 논공행상은 배제하고 각 부처 내에서 가장 에이스들을 먼저 배치해야 한다”며 “소위 말하는 ‘어공’들이 ‘늘공’들을 점령군처럼 심부름시켜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인 출신들이 실무 최전선에 나가야 할 관료 출신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이) ‘젊은 관료 엘리트들이 대통령실을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고도 덧붙였다.
개편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 대거 입성한 시민 단체 출신 인사들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청와대에서는 시민 단체 출신 인사들이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사회운동을 해왔던 경험이 인사 코드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참여연대 출신인 김수현·장하성·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주요 보직을 맡으며 관련 시민 단체 인사들도 함께 청와대에 자리했다. 운동권, 시민 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주요 보직에 오르면서 국정 운영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주요 수석비서관 및 비서관 인선 일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대상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 정부에서 작성한 인사혁신처 자료만 가지고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로 세평을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