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시간이 지나 앨범이 나왔는데,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 같습니다. (쇼팽은) 피아니스트로서 꼭 공부해야 하는 사람이고, 애착이 갑니다. 그의 음악 세계는 파고들수록 너무 깊고 좋고, 그래서 정말 작정하고 연습하고 해석을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18일 ‘쇼팽 발라드’ 음반의 발매를 맞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이라는 음악가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쇼팽의 네 개의 발라드와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담아 앨범을 냈는데, 지난 2019년 독일 하노버에서 녹음했던 것을 코로나19 때문에 약 2년 반이 지나서야 세상에 내놓게 됐다.
조재혁은 녹음 이후 오랜만에 나온 앨범에 대해 “낯설면서도 익숙한 음반이어서 감회가 새롭고 반갑다”며 “과거의 연주라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때의 기록을 남김으로써 공부가 된다”고 돌아봤다. 쇼팽 피아노곡을 녹음할 때 스케르초나 프렐류드를 많이 고르는 것과 달리 발라드를 담은 데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발라드 4곡을 한 앨범에 담지 않는 것은 곡의 색이 너무 진하기 때문이지만, 왠지 모르게 함께 한 세월들이 오래돼서 애착이 갔다”고 설명했다. 쇼팽의 소나타 3번은 평생의 과업 같은 작품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재혁이 최근 더 주목을 끄는 데는 50대에 더 많은 앨범 녹음과 연주 활동을 선보이면서 일종의 ‘커리어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그는 지금까지 6장의 앨범을 냈는데, 그 중 5장을 최근 10년 사이에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부터 들어오는 협연 요청도 젊은 시절보다 지금이 더 많다. 그는 이에 대해 “음악가의 커리어는 누가 계획할 수 없고, 기회가 비슷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후반엔 콩쿠르에서 잇따라 떨어지며 회의감에 빠져서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던 경험도 들려줬다. 조재혁은 “변호사 시험을 준비한지 6개월만에 ‘그래서 음악을 어떻게 할거냐’는 물음이 계속 커졌다”며 “세상에 기회는 한 번 뿐이고, 용기가 생겨서 다시 하게 됐다. 그 때부턴 나를 위한 음악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6월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해 서귀포·천안·울산·전주 등 8개 도시에서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연다. 앞서 독일 베를린·함부르크·뮌헨에서도 투어를 했다. 조재혁은 “코로나19 때문에 청중이 안 오는 경우가 많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매진됐다”며 “베를린, 함부르크에서는 기립박수를 주셔서 감동했다. 쇼팽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