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전력회사들과 전력공급 계약을 맺지 못한 기업들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력 최종보장공급' 제도로 전력을 공급받은 기업의 숫자가 15일 기준 4098건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전력 최종보장공급은 전력회사들과 계약을 맺지 못한 기업들에 대기전력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해주는 제도다. 이번에 집계된 수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7배 많을 뿐만 아니라 전체 법인계약의 0.5%에 달하는 규모다. 그만큼 많은 기업들이 전력공급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발전가격 상승의 여파로 전력회사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신규계약 체결을 꺼리면서 이같은 '전력 공급난'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석유·가스 등 러시아산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각국은 화력발전에 의존했고, 그 결과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했다. 자연히 발전비용도 올랐다. 일본도매전력거래소(JEPX)의 지난달 수시계약 가격은 1kWh 당 26엔 이상으로 지난해 3월보다 4배나 높았다.
닛케이는 "소규모 전력회사들은 자체 발전소 없이 전력조달을 거래소에 의존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 판매를 하는 탓에) 조달비용이 오르면 오를수록 적자가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제국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철수한 소규모 전력회사들은 31개에 이른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전력회사와 신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일본의 10개 대형 전력회사 가운데 8개는 공급여력이 부족하다며 법인용 신규계약 체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이 중지되고 전기요금이 오르자 2016년 전력소매시장을 자유화했다.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전력요금을 인하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 저압 부문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고 700여개의 신규 전력회사가 생겼다. 닛케이는 최근 벌어지는 상황을 두고 “일본 전력시스템 개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