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친러시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사진) 전 독일 총리가 자국 내에서 ‘국민 밉상’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슈뢰더 전 총리가 친러시아 성향으로 소속 정당도, 최측근들도 등을 돌리는 등 전방위로 뭇매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총리 재임 기간 쌓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개인 재산을 불리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운영사의 주주위원장 자리를 지키면서 1년에 27만 달러(3억 4000만 원)를 받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가 이 회사의 주주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은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 설득 덕분이었다고 한다. 2017년부터는 러시아 정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여기서 받는 임금만도 연간 60만 달러(7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그가 러 기업으로부터 받는 임금은 공개된 것만 87만 달러(약 11억 원)에 달한다.
독일 내에서도 친러시아 성향을 누구보다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슈뢰더 전 총리는 소속 정당인 사민당에서도 퇴출 요구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최측근 직원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등을 돌렸다. 20년 경력의 비서실장과 연설비서관도 사표를 냈다. 혹시 모를 테러 우려 탓인지 그의 집 앞에는 경찰 순찰차가 항시 대기 중이다.
그러나 슈뢰더는 주변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러시아 가스관 운영사 취업과 관련해 “사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런 거 안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에 코웃음을 치면서 “이제 와서 푸틴을 멀리하는 것은 전쟁을 끝낼 단 한 사람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며 “독일은 러시아의 자원이 필요하다. 원유·가스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대체 불가능한 자원도 많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러시아와 거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