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의 국제영화제 10곳이 공동으로 성명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국내 국제영화제 10곳의 집행·조직위원장들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29일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 영화제 명의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곧 지구와 인류의 평화이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러시아는 무력 침공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전쟁의 참상을 영화로 기록하는 우크라이나 현지 영화인들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시민과 양국의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현지에서 전쟁의 참상을 영화로 기록하던 영화인들이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에 숨졌다는 외신 보도가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깊어만 가고 인류가 쌓아온 공존과 공생의 가치는 무참히 파괴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은 “이 전쟁이 하나의 독재권력이 인류 전체에 미칠 무자비한 만행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러시아의 민주화를 바란다”고 맺었다.
이 자리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국적의 배우와 미술감독도 참석했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단편영화 ‘선산’에 출연한 배우 올레나 시도르추크는 연신 울먹이며 힘겹게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주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술 작가로 활동 중인 마리아 첼노주코바는 고향인 루간스크의 집이 러시아의 폭격으로 사라졌다며 “전 세계 아이들이 이런 일을 역사책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알기를, 실제로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마리아 첼로주크바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영화인들이 만든 3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도 공개됐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엔 우크라이나의 앨리나 고로바 감독 작품 ‘드러나지 않은’을 특별 상영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전쟁에 참여했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여군 장교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30일을 '우크라이나 데이'로 정하고 우크라이나 작품을 상영한다. 리투아니아 독립 투쟁을 담은 세르히 로즈니챠 감독의 '미스터 란즈베르기스'와 고등학교 여학생이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은 카테리나 호르노스타이 감독의 '스톱-젬리아' 등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