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급등에…'곱버스 ETN' 상폐 주의보

천연가스 레버리지 인버스 ETN 무더기 급락
삼성증권 '인버스 2X'는 조기청산 하기로
나머지 상품도 거래 중단 가능성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천연가스 ‘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의 조기 청산을 결정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천연가스 곱버스 ETN이 4종에서 3종으로 줄어든 가운데 나머지 상품들 역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은 전 거래일 대비 6.83% 내린 955원으로 마감해 조기 청산 사유 중 ‘장 종료 시점 지표가치가 1000원 미만’인 경우에 해당하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해당 ETN의 거래를 중단하고 투자금의 조기 상환 및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상장폐지 예정일은 9일이다. 삼성증권 측은 “상장폐지일은 변경될 수 있지만 현재 이후 해당 ETN은 거래가 중단된다”며 “상환 가격은 5일 천연가스 선물 정산가 및 6일 원·달러 환율이 반영돼 계산되며 확정시 별도 공시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ETN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오를 때 하루 상승률의 -2배, 내릴 때 2배만큼 수익을 내는 일명 ‘곱버스’ 상품이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올 들어 주요 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이들 ‘곱버스’ 상품들의 수익률은 연일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이날만 해도 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은 장중 전 거래일 대비 9% 이상 높은 8.16달러까지 치솟으며 2008년 9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천연가스 선물은 연초와 비교해서도 120%가량 올랐다. 연초 8000원대였던 삼성 ETN은 이날 조기 청산 기준인 1000원 미만으로 내려 앉았다.


삼성 ‘곱버스’의 청산은 2020년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새롭게 마련한 ETN 청산 규정을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유가 급락 사태로 ‘원유 인버스 ETN’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자 2020년 7월 이후 상장한 ETN 상품에 대해 △정규 시장 종료 시 실시간 증권당 지표가치가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한 경우 △1000원 미만인 경우 등에 한해 조기 청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다만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H)’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 등 다른 3종의 천연가스 곱버스 ETN은 조기 청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3종은 2020년 7월 이전에 상장돼 조기 청산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금융투자 측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상품의 지표가치가 100원 등으로 하락해도 중도 청산되지는 않는다”고 알리기도 했다.


다만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해 ETN이 추종하는 지수의 종가가 0원이 될 경우는 지수를 그대로 반영한 ETN의 지표가치 역시 0원이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번 0원이 된 지표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못하므로 이 경우 자연스럽게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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