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5만원에 산 투싼, 1년 뒤 3280만원에 팔린다[뒷북비즈]

‘1년 이상 대기’ 신차 출고지옥에
중고차 재테크 등 몸값 급상승
“웃돈 얹어서라도 車 사겠다” 수요에
EV6 중고차 시세 전달보다 4.7% ↑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관한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새 차를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중고차의 몸값이 뛰고 있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차량을 인수 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신차 가격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중고차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장기 렌터카 계약이 종료된 후 이용하던 차량을 직접 매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또 중고차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중고차 재테크’도 신차 출고 대란이 낳은 신풍속도로 꼽힌다.


4일 롯데렌터카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렌터카 계약이 종료된 고객 중 차량 인수를 결정한 고객의 비중은 60.4%를 기록했다. 2017년 37.3%에 그치던 인수 비율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신차 출고에 ‘대기’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렌터카를 인수하는 고객이 반납하는 고객보다 많아졌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장기 렌터카 고객은 평균적으로 3~5년간 차량을 사용하다 계약 종료 시점에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며 “차량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등 이슈로 신차를 곧바로 출고하기 어려워지자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새 차를 받기까지의 대기 기간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현대자동차 그랜저·팰리세이드 등 일부 인기가 높은 차량의 경우에만 출고에 수개월이 걸렸지만 팬데믹으로 부품 공급망이 위태로워지면서 차종을 불문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된 지난해부터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요 모델은 1년 안팎의 대기가 일상화된 실정이다.


렌터카를 인수하려는 수요가 늘자 관련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롯데렌터카는 최근 신차장 인수 고객 케어 서비스를 내놓았다. 렌터카 만기 도래 이후 차량을 인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자금 마련부터 보험 가입, 차량 관리, 심지어는 중고차 매각까지 지원한다.


신차 출고 지연은 중고차 재테크까지 부추기고 있다. 차량이 필요해도 신차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차를 사겠다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신차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중고차 수요를 끌어당기는 요소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추월하는 경우도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출고 1년이 된 현대차 투싼 가솔린 1.6터보 모델은 신차 가격인 3155만 원보다 130만 원가량 높은 3280만 원에 거래됐다. 기아 4세대 카니발과 4세대 쏘렌토 등도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약 100만 원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통상 중고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하락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달 기아 EV6의 중고차 평균 시세는 5155만 원으로 전달의 4924만 원보다 4.7% 높아졌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전달 대비 1%, 르노 조에는 2% 시세가 올랐다. 올 3월 6483만 원으로 시세가 형성됐던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6633만 원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이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다 보니 중고차를 샀다가 금방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