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가 마련한 시설로 피신한 피해자의 동반 아동 중에서는 7∼12세 아동이 10명 중 4명꼴로 가장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혼 과정에서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 논문에서 이런 현황을 공개했다.
여성가족부가 제공한 2020년 기준 전국 가정폭력 피해자보호시설 65곳의 입소인원은 1702명이었고, 이중 자녀를 동반해 입소한 피해자 수는 387명, 동반자녀 수는 569명이었다. 이는 2019년 자녀동반 입소자 677명, 동반자녀 934명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허 조사관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입소인원 제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했다.
동반 자녀 569명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7∼12세 아동 비율이 41.5%로 가장 많고, 3∼6세 21.1%, 13∼18세 18.3%였다. 3세 미만 아동도 12.6%에 달했다.
2019년 여가부 자료에 따르면 보호시설에 머무는 가정폭력 피해자 62.3%는 폭력 피해 이후 시설에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6년 이상' 걸린다고 응답했다. 폭력 피해를 본 즉시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60.9%는 '자녀 때문에'라고 답했다.
한편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자녀는 폭력적인 관계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이유인 동시에 피해자들이 마침내 이혼이나 별거를 결심하게 되는 주된 사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시설 피해자의 30.8%는 '자녀에게 피해가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결별을 결심했다고 답변했다.
허 조사관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피해 부모가 자녀를 동반해 보호를 받는 경우는 피해 가정 자녀를 면접교섭(만남이나 통화 등) 사전처분 대상자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배우자가 집요하게 재결합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경우 자녀를 통해 주거지를 알아내려는 시도가 자녀의 면접 교섭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피해자 보호시설 거주 자녀에 의해 보호시설의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하는 학술지 '입법과 정책'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