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정보 불충분 우려…팬데믹 가능성은 낮아"

유럽·미 등 23개국 257건 확진사례 보고
사망자는 없어…WHO "팬데믹 걱정 안해"
방역당국, 국내 유입 방지 위해 감시 강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의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의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관련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원숭이두창은 지난 7일 영국에서 첫 발병이 보고된 후 유럽·북미·중동·호주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보건 위기 우려가 커지자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 천연두 사무국장은 30일(현지시간) "현재로선 세계적인 팬데믹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경계를 강화하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WHO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WHO는 비풍토병 지역 23개국에서 257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고, 의심 사례는 최대 127건으로 집계됐다고 알렸다. 비풍토병 국가의 사망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루이스 국장은 아직은 원숭이두창 감염과 관련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홍역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공기 전염이 가능한지,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느 정도로 퍼져있는지,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는지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감염 사례 대부분은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비롯해 동성·양성애자들 사이에서 발병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바이러스 전파가 섹스에 의한 것인지, 성관계를 갖는 이들의 밀접 접촉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나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잠재적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일반 사람들에 대한 감염 위험은 적다고 강조했다.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1980년 천연두 박멸 선언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백신 접종 프로그램도 중단된 상황이라 원숭이두창이 쉽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루이스 국장도 원숭이두창이 40년 기간의 '면역 격차'를 파고든다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해외에서 감염 사례가 이어지는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를 방문하고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입국시 발열 체크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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