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투자자 퇴짜 맞은 아이디어, 구글은 어떻게 성공시켰나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리드 호프만 외 2인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등 저자 3인
거물 기업인 70명 심층인터뷰 분석
거절 당한 역발상 아이디어 개선 등
발전 단계별로 유용한 전략 제시
스케일업 조건은 충성고객·속도전
신뢰의 리더십·사회적 책임 등 꼽아


사회초년생을 위한 온라인 취업 플랫폼 ‘더뮤즈’의 공동창립자인 캐스린 민슈는 사업 초창기 때 무려 148번이나 투자 거절을 당했다. 하지만 수많은 거절이 민슈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투자자들의 숱한 거절들은 타깃 이용자, 경쟁사 대처, 잠재적 위험 등에 대한 의문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민슈는 거절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비전과 실행 계획을 보완하고 그럭저럭 좋은 아이디어를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신간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필 나이트 나이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등 상위 0.1%의 거물 기업가들이 ‘0’에서 무한대로 기업을 성장시킨 비결을 분석했다. 저자는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만, 글로벌 강연 플랫폼 테드(TED)에서 미디어 사업을 담당한 존 코언과 데론 트리프 등 3명이다. 호프만은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으로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다. 미국 벤처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과 사업 혜안을 갖고 있어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기업가로 꼽는다.


책은 저자들이 5년여에 걸쳐 방송해 누적 다운로드 수 3000만 회를 기록한 팟캐스트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을 기반으로 썼다. 책은 기업가 70명을 인터뷰해 공통의 패턴을 발견한다. 아이디어 발견과 투자유치, 기업문화 형성, 성공 공식, 피봇(pivot·사업모델 전환)과 위기돌파 방법, 훌륭한 리더의 자격, 사회적 책임 등 기업의 발전 단계별로 유용한 전략을 제시한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담고 있어 벤처 기업이나 대기업 CEO들이 읽어볼 만하다.


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일수록 통념을 거스르기 때문에 투자가들의 ‘아니오’를 많이 받는다고 지적한다. 검색 광고로 돈을 버는 구글 초창기 모델, 남은 방을 완전히 낯선 사람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 단맛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순수 과일 추출물로 맛을 낸 물을 파는 힌트워트 등은 처음에는 투자자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통념을 거스르는 역발상 아이디어는 새로이 떠오르는 미지의 영역, 즉 ‘화이트 스페이스’를 개척해 기업을 스케일업(규모 확대)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반면 투자가들의 ‘아니요’가 반드시 틀린 것도 아니다. ‘징가’의 창업자 마크 핑커스는 1990년대에는 일체형 컴퓨터를, 2000년대 초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업을 시작했지만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 사업을 가차없이 포기했다. “사업가는 성공에 대한 직감을 믿고 따라야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와도 결혼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호프만은 나쁜 아이디어 개선에 도움이 되는 ‘솔직한 아니오’와 무시해도 되는 ‘게으른 아니오’, 큰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머뭇거리는 아니오’ 등을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또 저자는 ‘아이디어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는 외로운 영웅 스토리를 버리라고 권고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개인이 아닌 네트워크에서 나오며 성공한 기업가들은 대부분 피드백과 통찰력을 구하는데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는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스타트업이 빅테크로 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스케일업의 첫 번째 단계는 스케일업하고 싶은 욕구를 버리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통해 고객 100만명을 확보하는 것보다 골수 팬 100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해도 그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사랑하도록 만들지 못 하면 사용자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크는 모두 사용자 한 명을 완전하게 만족시키는 데서 출발했다. 열렬한 팬이 건네주는 상세한 피드백 목록은 제품과 서비스를 완성시켜주는 만큼 ‘스케일업으로 가는 로드맵’이라 해도 좋을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특성상 ‘속도’는 생명과도 같다. 자금이 다 떨어지기 전에 경쟁사들보다 앞서 제품을 내보내 고객을 확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프만은 “제품을 처음 출시하고 나서 (오류·시행착오 등에) 당황스럽지 않다면 너무 늦게 출시한 것”이라며 “멀리 가려는 기업가는 전략적인 인내심을 가져야 하지만 도약의 순간이 도래하면 출발선을 넘어가는 첫걸음을 폭발적으로 아주 빨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그는 사업 초창기부터 제품이나 매출, 전략만큼 올바른 기업문화 형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잘못된 문화가 한번 뿌리를 내리면 바로잡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탁월한 기업으로 스케일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유전적 특징을 결정하는 첫 직원들이 정말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절망적인 순간도 쉽게 만난다. 이 때 창업자의 리더십과 신뢰성도 진정한 시험대 위에 오른다. 위기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팀과 함께 하는 것’이다. 직원들과 지역사회, 사회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질 때만이 재기에 성공하며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온라인 게임 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했지만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만든 만든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 ‘슬랙’을 만들어냈다. 당시 그는 직원들이 새로 구한 직장에서 되돌아오고 투자가들이 남은 투자금으로 뭐든 해보라도 권할 정도로 신뢰를 쌓고 있었다.


그렇다면 경영학 원리까지 바꾼 위대한 창업자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본원적인 사업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추구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매장 직원들에게 의료보험과 스톡옵션, 무료 대학 교육까지 제공하면서도 장기 성장을 이끌어 ‘직원의 성공이 기업의 성공’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위대한 기업가들은 대개 핵심 사업의 성공 외에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두 번째 목표를 갖는다. 이때 성공을 거둔 핵심 사업은 두 번째 목표를 위한 트로이 목마(수단)가 될 수 있다.”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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