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관리 어려운 중증 장애 환자, 치료시기 놓치면 치아 손상 악화

■ 장주혜 대한장애인치과학회 부회장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 특별기고]
악골발달 불균형으로 부정교합·연하장애 동반 흔해
방치하면 치료비 상승·치료기간 길어져 부담 가중
치과 치료 미충족 수요 높아 가족 등 주위 도움 절실

2021년 기준 국내 등록장애인 수는 264만 명이 넘는다. 장애 유형의 범주와 심도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서는 고령자들도 노화에 따른 기능 제약으로 인해 별도의 장애 인구군으로 간주 될 수 있다.


치과적 장애는 신체·정신·의학적 원인으로 인해 구강 건강 관리의 제약이 있고, 장애로 인해 통상적인 치과 치료에 대해 협조가 어려운 경우를 의미한다. 여러 가지 장애 유형 중에서도 뇌 병변과 지적·정신·자폐성 장애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치과적 장애 환자들은 인지 능력의 제약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구강 질환으로 인한 불편감 및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워 가족이나 보호자들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질환을 심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의 감퇴를 겪는 노인 환자들 또한 일상적인 구강위생 관리가 소홀해지고 구강 질환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워 치과 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치과적 장애 환자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대변하기 어렵고 소통 및 의사 결정에 있어 제 3자가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 취약계층의 중심에 있다고 봐야 한다.



선천적 지적장애를 지닌 16세 환자의 구강 상태.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치과학회

선천적 장애 환자의 경우 악골 발달의 불균형으로 인한 심한 부정교합이나 연하 작용의 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선천적 지적장애를 지닌 16세 환자의 치아 사진에서도 전치부의 심한 개교 교합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 칫솔질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심하게 치석이 침착되고, 치은 염증 소견을 나타낸다. 후천적 장애나 노인성 치매 환자 역시 일반적으로 구강 위생관리가 어렵고 치료 시기가 늦어지다 보니 다발성 치아 우식이나 심한 치주질환 등을 보유하는 경우가 흔하다. 구강 내 문제가 누적되다 환자가 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음식물 저작에 문제를 겪을 때가 돼서야 뒤늦게 병원을 찾는 탓이다. 뇌병변 장애 환자들은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구강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치아 손상이 악화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치은과 맞닿아 있는 치경부 주변으로 우식이 심화되고 크기가 작은 치아들은 씹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파절 되어 치근만 남아 있는 소견을 보인다. 우식이 진행돼 다수 치아의 손상과 파절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들은 다수 치아를 발거하고 광범위한 보철 수복이 요구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전체 치료 비용이 상승할 뿐 아니라, 여러 차례 내원해야 하는 치료 과정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55세 뇌병변 장애 환자(왼쪽)와 63세 치매 환자의 구강 상태.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치과학회

중증 장애 환자들이 어렵게 치과를 방문했을 때 의료진들이 난색을 표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가 너무도 광범위한 구강 문제를 지니고 있어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보니 어떤 식으로 치료를 개시해야 할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환자가 치료 과정에 서 충분한 협조를 보이기 어렵고 치료 후 관리가 잘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도 치료를 시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장애 환자와 가족들이 큰 마음을 먹고 내원을 감행했을 때 실질적인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고, 치료 장벽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구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마련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8세에 병원을 찾았을 당시 몇 개 치아에서 초기 우식 소견을 보였던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환자가 17세가 돼 재내원 했을 때 다수 치아에서 우식이 매우 악화된 사례가 있었다. 환자의 체구가 커지고 치료에 대한 저항이 점점 심해져 10년 가까이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다.



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진 환자의 8세 내원 시점(위)과 17세가 되어 재내원한 시점의 구강 상태.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치과학회


현재 중증 치과적 장애 환자를 위한 전문 치과의료기관으로는 보건복지부 산하 전국 15개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존재한다. 지역단체 및 민간 의료기관 중에서도 장애인 전문 치과 진료 인력과 시설이 구비돼 있는 곳이 있다.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전신마취 후 1~2회에 걸쳐 포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구강 질환은 어느 질환 보다도 치료보다 예방 관리의 장점이 크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익숙한 가까운 치과에서 꾸준히 검진을 받고 문제가 발견 되면 적시에 조치를 취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인지장애 환자일수록 가족이나 돌봄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환자의 구강 상태를 관찰하고, 의료진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장주혜 대한장애인치과학회 부회장



장주혜 대한장애인치과학회 부회장.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치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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