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속도 내는 '닭고기 담합' 수사…檢, 제조사 임원 등 줄소환

공소시효 임박에 간부 인사도 앞둬
육계협 관계자도 불러 의혹 조사
수급조절 위법성이 재판 쟁점될 듯

서울시내 닭고기 판매대. 연합뉴스

검찰이 닭고기 제조 업체와 육계협회 관계자들을 연이어 불러 조사하는 등 ‘닭고기 짬짜미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해당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데다 차·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급 인사까지 예정돼 있어 검찰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7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최근 한국육계협회 전 임원과 하림·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 등 닭고기 제조 업체 임직원들을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이 줄소환을 이어가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회합에서 논의된 안건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인지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또 ‘담합행위를 주도한 업체가 어디인지’ ‘닭고기 수급 조절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도 추궁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닭고기 제조 업체들이 치킨용 육계, 삼계탕용 닭고기, 백숙용 토종닭 신선육 가격·출고량을 담합한 정황을 포착하고 세 차례에 걸쳐 제재 처분을 내렸다. 특히 삼계 가격 담합 사건에서 가담 정도가 크다고 판단한 하림·올품을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육계와 관련해서는 육계협회 및 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 등 5개 업체를 올해 3~4월 각각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 등 16개 사는 2005년 11월~2017년 7월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 가격, 출고량, 생산량, 생계 구매량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또 하림과 올품 등 6개 사는 2011년 9월∼2015년 6월 9차례에 걸쳐 삼계 신선육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하는 한편 2011년 7월∼2017년 7월 삼계 신선육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시장 출고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육계협회가 이러한 담합의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단했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은 모두 육계협회의 구성 사업자로 가입됐는데 담합과 관련한 논의는 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회합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나 삼계위원회 등 회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 측은 이번 담합과 관련해 수급 조절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도·승인하에 실행된 ‘정당한 수급 조절’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수급 조절은 농식품부가 주관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협의가 끝나면 자조금도 줬기에 향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지 전혀 몰랐다”며 “이제 와서 공정위가 위법이라 판단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 측은 축산물의 생산 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농식품부 장관이 공정위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으나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위법으로 봤다.


현재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 중인 공조부가 이번 담합 사건에 속도를 내는 데는 ‘수사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다. 형사소송법상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 사건은 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 이번 담합의 종료일은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있었던 2017년 7월 27일로 다음 달 공소시효가 끝난다. 더군다나 법무부가 조만간 대대적인 중간 간부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만큼 이번 사건은 이달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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