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코로나로 퇴화한 인류모습은

■강한 견해
설재인 지음, 아작 펴냄


팬데믹 시기의 어느 수능시험 영어 듣기평가 시간, 한국인 대다수가 ‘붉은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변이한 아포칼립스 상황을 다룬 작가의 전작 ‘붉은 마스크’의 후속작이다. 알콜 중독에 빠지고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소설도 언뜻 보면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전작에서 코로나로 인한 ‘느린 종말’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종말을 넘어서 ‘퇴화’를 해 가는 인류의 모습을 다룬다. 말 대신 텔레파시로 소통하고, 코와 입 대신 아가미로 숨쉬며 마스크가 피부로 변한 판타지스러운 상황을 그려냈지만, 책을 읽을수록 독자는 인간성을 상실한 그들의 모습에서 실제 현실의 인류의 모습을 발견해낼 수 있게 된다. 재난 상황 속 인간성을 다시 찾아나가고 유지하려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작이다.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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