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식품 판매자에게도 고객이 긴급한 진료를 중단하는 등의 비합리적 판단에 이르지 않도록 고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평소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앓고 있던 A씨는 "핵산을 먹고 면역력이 올라가면 반드시 호전반응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2018년 3월경부터 B사에서 판매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 복용 뒤부터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리에 수포가 생겨 진물이 나오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A씨는 B사에 해당 증상에 대해 문의하자 "호전반응"이라며 "반드시 아파야 낫는다.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증을 반가워하라"는 등의 답변을 받았다. 주변의 만류에도 A씨는 1개월 간 총 5박스를 구매해 복용했고, 결국 2018년 4월 괴사성근막염, 패혈증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자에게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가 인정되는지, 또 보호의무 위반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1심 재판부는 B사가 판매한 건강보조식품에 제조상·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A씨의 사망과 제품 섭취 사이에 인과관계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상 증상이 발생한 초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면 A씨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고려해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B사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치료 지연에 따른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B사에 유족에게 총 1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의학지식이 없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을 앓고 있는 고객에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러한 경우 피해자의 사망과 판매자의 보호의무위반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