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국산 신약이 탄생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다. 지난해에는 4개의 국산 신약이 나왔지만 올해는 상반기 동안 SK바이오사이언스만이 신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국산 신약이 꾸준히 나오려면 임상시험과 허가 경험이 쌓이는 한편, 바이오 산업을 총괄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어 ‘35호 신약’이 유력하다. 스카이코비원은 비교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한 결과 안전성·효과성을 인정받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이날 최종점검위원회 결정 만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유력한 국산 신약 후보는 대웅제약(069620)의 당뇨병치료제 ‘이나보글리플로진’과 한미약품(128940)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이 있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4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신청해 심사 중으로, 올해 국내 허가가 나는 대로 중국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속심사대상(패스트트랙)에 오른 한미약품의 포지오티닙도 오는 11월 미국에서 조건부 허가가 떨어지면 국내 허가 신청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신약의 명맥이 끊겼던 2019년과 2020년에 비하면 올해 신약 성과 역시 기대할만하지만 지난해 신약 출시 건수를 봤을 때는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수십 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관련 신약이 2개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활동이 줄었다는 점이다.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20건의 임상시험을 승인했고, 지난해에는 1349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하반기 557건의 임상시험 승인이 이뤄져 지난해의 41%에 그쳤다. 특히 매출 10위권의 대형 제약·바이오사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20년 93건에서 지난해 100건, 올해는 현재까지 29건에 불과했다.
업계는 R&D 활동이 축소되면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약 개발까지는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투자가 소홀해지면 미래 신약 개발 성과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신약 개발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경험과 자금은 여전한 과제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코로나19를 통해 첫 단계인 R&D를 하면서 데이터를 모으는데 이어 두 번째인 기술수출을 거쳐, 마지막 단계인 글로벌 출시에 와 있다고 본다”면서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임상과 허가 경험을 쌓으면서 인력과 전략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위한 메가펀드 조성과 정부 차원의 금융·세제 지원을 비롯해 바이오 관련 산업을 총괄하는 강력한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바이오 투자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블록버스터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후기 단계 투자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정부 주도의 민간 ‘메가펀드’를 조성해 블록버스처 신약 개발을 완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국산 신약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