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스토킹 신고를 한 피해여성에게 “호감을 가지려고 그랬던 거 아니냐” 물으며 가해자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KBS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에서 스토킹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고 여성에게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신고자 A씨가 사는 오피스텔의 CCTV 화면을 보면 한 남성이 A씨를 쫓아 건물 내부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온 남성은 A씨에게 뭔가를 묻다가 발길을 돌렸다.
A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전날에도 근처 거리에서 말을 걸었다. 그런데 이날은 집 앞까지 쫓아와 "남자친구 있느냐"고 물었고 여성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에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연락을 취했고 잠시 후 집 앞으로 경찰이 출동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계속 그런 식으로 호감 가지려고 그랬던 거 아니에요, 그러면?"이라고 말했다.
스토킹 남성을 두둔하는 경찰의 발언에 A씨는 물론 옆에 있던 경비원까지 같이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건 알겠는데 혹시 그런 사람일까 봐. 나는 그 사람 못 봤으니까"라며 계속해서 스토킹 혐의자 편을 들었다.
A씨는 "스토커인데 '호감' 그런 식으로 얘기하시면 안 되죠. 불안감을 느끼고 불쾌했는데"라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내일 또 마주치면 제가 믿고 전화해야 할 곳은 경찰밖에 없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청은 '스토킹 대응 메뉴얼'을 제작해 일선에 배포한 바 있다. 이 매뉴얼에는 스토킹의 개념과 특성, 범죄 구성요건별 해석 및 사례 적용을 비롯해 '초동조치·수사·피해자보호'에 대한 단계별 업무절차와 주요 질의응답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포함돼 있는데 특히 가해자를 두둔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어 "좋아서 연락하는데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 있나요" 등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발언을 한 것이다.
관할 지구대는 해당 경찰관이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잘못을 인정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을 접한 이들은"경찰도 모르는 경찰 매뉴얼 무슨 소용", "스토킹이 얼마나 무서운데. 살인도 일어나는데 왜 저래 정말", "매뉴얼이 있었는데도 그랬다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현재 가해 남성을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