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저가형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팝'으로 프랑스에 진출했던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물밑에서 이를 지원 사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버는 로비로 유럽 정치권과 규제 당국을 포섭해 사업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수법을 썼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BBC 등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조를 통해 “마크롱 당시 프랑스 경제산업장관이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최고경영자(CEO)와 긴밀히 협력해 우버 기사 자격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만들었다는 대화 내용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가디언 등은 캘러닉이 경영을 맡았던 2013~2017년의 e메일 8만 3000여 건, 대화록 1000여 건을 비롯한 총 12만 4000만 건의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러닉은 마크롱에게 e메일을 보내 "우버가 차량 공유 서비스 규제의 초안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마크롱은 “다음 주 사람들을 모아 법을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응답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2015년 프랑스에서 택시 기사들의 우버 반대 시위가 폭력적인 상황으로 치닫자 마크롱은 우버에 도움을 청했다. 이에 우버가 우버팝 서비스를 종료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마크롱은 우버 기사들의 면허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마크롱이 캘러닉과 긴밀히 협력하던 2014~2015년은 우버 서비스가 프랑스 내에서 불법이었던 시기다. 이에 마크롱 측은 “당시 경제산업장관의 역할상 행정 관행의 빗장을 풀고 규제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 서비스 부문의 기업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우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함부르크시장, 조지 오즈본 영국 재무장관 등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도 벌였다. 독불 장군 스타일로 불법과 탈법도 개의치 않아 결국 우버 경영진에서 물러나게 된 캘러닉은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 우버 진출을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자 우버 기사들을 중심으로 맞불 시위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회사 중역들이 폭력 상황을 우려하자 “폭력은 성공을 보장한다”고 응수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버는 ‘킬스위치’라는 기술을 적극 활용해 현지 사무실에서 우버 본사의 서버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어 수사를 방해했다.
한편 이 같은 폭로가 나오자 우버 측은 “당시의 우버는 현재의 우버와 가치 추구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