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13번 홀, 천국문이었네…‘퍼트의 신’ 스미스 4타 차 뒤집기 쇼

150회 디 오픈 1타 차 정상…St앤드루스서 20언더, 우즈 기록 깨
한 시즌 플레이어스·디 오픈 석권은 잭 니클라우스 이어 두 번째
13번 홀 더블 보기로 밀려났다 다음날 같은 홀 버디로 우승 시동
2R에 20m 이글, 4R 후반 5연속 버디…미친 퍼트로 메이저 첫승
사우디 LIV 골프 이적 질문은 “이제 막 우승, 좋은 질문 아냐” 회피

캐머런 스미스가 18일 제150회 디 오픈에서 우승한 뒤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파72)의 13번 홀(파4)은 캐머런 스미스(29·호주)에게 최악의 홀이었다. 제150회 디 오픈 3라운드. 티샷이 왼쪽으로 가 벙커 턱에 걸리면서 일이 꼬였다. 바로 옆 페어웨이로 꺼내 돌아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스미스는 그린 쪽을 보고 과감한 선택을 했다. 패착이었다. 두 번째 샷이 70야드밖에 안 나가 빽빽한 덤불 속에 떨어졌다. 덤불을 헤맨 끝에 4타 만에야 그린을 밟아 더블 보기로 2타를 잃었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 디 오픈 사상 36홀 최소타(67-64타)를 작성하며 2타 차 선두로 3라운드를 출발했지만 스미스는 73타로 경기를 망쳤다. 선두 그룹에 4타 뒤진 공동 3위.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그렇게 맞은 18일(한국 시간) 4라운드. 온전히 스미스를 위한 날이었다. 13번 홀은 하루 만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295야드를 뻗어간 티샷은 벙커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두 번째 샷을 핀 5.5m에 보내 놓은 뒤 버디 퍼트를 넣었다. 이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간 스미스는 이후 버디 2개를 보태 물 건너가려던 우승을 되찾아왔다.


스미스가 최고 전통 골프 대회 디 오픈의 150번째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우승 상금 250만 달러(약 32억 5000만 원)를 확보하고 은주전자 트로피 클라레 저그를 든 그는 “여기에 얼마나 많은 양의 맥주가 들어가는지 시험해보겠다”고 했다.



캐머런 스미스가 18일 디 오픈 4라운드 11번 홀에서 5m 버디 퍼트를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스미스는 이날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는 이 코스에서의 디 오픈 사상 최다 언더파다. 2000년 타이거 우즈(미국)의 19언더파 기록을 깼다. 또 한 시즌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디 오픈을 모두 제패한 선수는 1978년의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스미스 둘뿐이다.





1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다 언더파(34언더파)로 우승했던 스미스는 PGA 투어 통산 6승이자 올 들어 3승째인 이번 우승을 통해 기록의 사나이 별명을 굳혔다.


스미스는 퍼트의 신으로 불릴 만하다. 지난해 8월 한 대회에서 퍼트 18개로 18홀을 마쳐 PGA 투어 한 라운드 최소 퍼트 타이기록을 썼다. 이번 대회에서는 2라운드에 무려 20m 이글 퍼트를 넣기도 했다. 이날 공동 선두로 출발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퍼트 수 36개로 고전하는 사이 스미스는 29개 퍼트로 막았다.


10~14번 홀에서 5연속 버디 행진을 벌이는 동안 1.5m, 5m, 3.5m, 5.5m, 1.5m 퍼트를 넣었다. 14번 홀(파5)에서 이글이 될 뻔한 버디로 매킬로이를 밀어내고 단독 선두에 나선 스미스는 17번 홀(파4)에서 3m의 어려운 파 퍼트에 성공하면서 우승을 예감했다. 356야드 파4인 마지막 홀에서 캐머런 영(미국)이 1온 뒤 이글을 작성해 19언더파로 올라섰지만 스미스는 가볍게 버디를 잡고 20언더파를 만들었다. 이글을 노린 매킬로이(18언더파 3위)의 칩샷이 빗나가면서 스미스의 메이저 첫 승이 확정됐다.


PGA 투어는 그러나 스미스의 활약에 마냥 박수 쳐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후원의 LIV 골프로 이적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이적에 대한 질문을 받은 스미스는 “이제 막 대회를 우승했는데 그런 질문은 안 좋은 것 같다”며 피해 갔다. 외신들은 “디 오픈 챔피언이 LIV 이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