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물리적 대면의 한계를 온라인으로 해결하면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분야 중 하나가 온라인 미술시장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거래 플랫폼 아트시(Artsy)는 코로나 기간 2년동안 지난 10년 치의 발전 속도를 뛰어넘는 200% 성장세를 기록했다. 아트시에 접속해서 지금 당장 찾아볼 수 있는 작품 수만 약 100만점, 190개국의 4000개 갤러리가 ‘파트너’로 협업하고 있으며 가입한 개인 회원은 270만 명, SNS 팔로워는 450만 명에 달한다. 지금도 매달 3000명 이상 신규 회원이 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카린 카람 아트시 부사장 겸 아시아 총괄이 생애 첫 한국 방문에 나선 이유다. 지난 15일 용산구 동빙고동의 한 갤러리에서 서울경제가 카람 부사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한국은 연간 230%의 컬렉터 증가율을 보이는 나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트 마켓입니다. 아트시 어플의 다운로드 횟수(안드로이드 기준)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영국보다 더 많은 국가이입니다. 대단한 저력입니다.”
한국의 미술계 바잉파워는 아트시에서만 강력한 게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미술경매 시장에서 5, 6위권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특히 새로운 미술 컬렉터 증가세로는 인도에 이어 세계 2위(아트바젤·UBS리포트 기준)를 보였다. 최근에는 구매력을 발판으로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카람 부사장은 국내 2위의 아트페어인 ‘아트부산’과의 협력관계를 예로 들어 “지난 5월 아트부산 행사기간에 아트시를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였는데, 트래픽 총량이 우리가 지금까지 협업한 아트페어들 중 두 번째로 높았다”면서 “접속자는 단연 한국인이 가장 많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미국인 방문객이 많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아트 마켓인 미국이 한국 미술계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지표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는 오는 9월 키아프 기간에 맞춰 세계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나, 유럽과 미국 유수의 화랑들이 앞다퉈 서울 분점을 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아프리칸 예술과 한국미술에 대한 검색량이 많았던 것을 언급한 카람 부사장은 “사람들은 항상 다음(next) 주자가 누구일지 관심을 갖는다”고 귀띔했다.
한국의 온라인 미술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은 디지털 환경이 우수하고, 그 덕에 한국인들은 모든 것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미술 구매자들의 경향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한국 컬렉터들이 검색하는 작가는 데이비드 호크니이고, 블루칩인 무라카미 다카시부터 급부상하는 셰퍼드 페어리까지 다채롭다”면서 “한국의 신규 컬렉터들은 처음에는 소위 블루칩이라 불리는 유명 작가들에 관심을 갖다가 몇 차례 작품 구입을 반복해 경험을 쌓은 후에는 떠오르는 신예 작가도 찾아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아트시는 지난 2009년 카터 클리블랜드가 창업한 온라인기업으로 폐쇄적이던 미술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가격 투명성, 접근 편의성을 강조하며 시장분석의 정보를 제공해 세력을 키웠다. 2년 전 아트시에 합류한 카람 부사장은 럭셔리 이커머스 기업 출신이다. 그는 “명품 구매자의 2%만이 미술품을 구매할 정도로 미술시장의 문턱이 높은데, 아트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그 문턱을 낮추는 게 목표”라며 “아트시를 매개로 미술품을 사고 파는 컬렉터와 갤러리 간의 평균 거리가 3000마일인데, 이는 신뢰할 만한 플랫폼이 실제로 보지 않은 지구 반대편의 고가 작품도 구입하게 만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미술시장의 호황세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아직은 불황 조짐이 보이지 않지만, 만약 미술시장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그 때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작가와 갤러리를 지원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